[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25일 기준 20kg 정곡 5만1142원
열흘 전보다 2.4%나 떨어져

‘가격 떨어질라’ 현장 불안감 탓
저가에 쌀 납품 현상 빚어져
낙폭 줄일 정부 추가대책 시급

산지 쌀값의 낙폭 조짐이 심상치 않다. 10월 평균 80kg 정곡 기준 20만원 이상은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낙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10월 25일 조사 산지 쌀값은 20kg 정곡 기준 5만1142원을 기록했다. 전회 조사에 비해 1245원인 2.4%가 하락한 수치다. 이로써 올해 10월 평균 산지 쌀값은 80kg 정곡 기준 21만556원을 기록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산지 쌀값의 가파른 낙폭이다. 최근 5년 동안의 통계청 산지 쌀값 조사를 봐도 올해와 같이 낙폭이 큰 경우는 없었다. 통계청의 10월 2회차 조사에서 올해에 버금가는 낙폭을 기록했던 2021년에도 3회차 조사에선 0.6% 하락에 그쳤지만 올해는 2.4%나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낙폭의 원인을 두고 현장에선 ‘불안감’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큰 적자를 본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이 쌀값 하락을 우려해 저가에 쌀을 납품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쌀값이 최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민간에서 벼 수매를 주저하는 사이 농협의 수매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지역농협이나 통합RPC 입장에선 재고 부담을 느껴 쌀을 저가에 판매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20kg 정곡 기준으로 농협은 4만5000원대에, 민간은 4만4000원대에 판매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 벼 수매가격이 40kg 조곡 기준으로 5만5000원에 결정되는 곳이 있다는 후문이다.

다수의 농협RPC 관계자들은 “몇 년 사이 적자를 기록한 학습효과로 벼를 갖고 있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커졌다. 특히 올해 농협으로 벼 수매물량이 몰리면서 농협 입장에선 재고 부담으로 저가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며 “이렇게 되니 도매상들이 (쌀값이 더 떨어진다는) 허위정보를 흘리면서 저가 판매가 더 심해지는 ‘도미노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선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쌀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시장안정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예를 들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쌀값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공공비축 산물벼를 정부에서 인수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거나 현재 농협으로 물량이 몰린 상황을 감안해 농협RPC의 조곡거래 가능을 열어주는 것 등이다.

박윤철 전국농협통합RPC운영협의회장은 “쌀 시장은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쌀값이) 폭락한 후에 끌어올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농협RPC의 조곡거래 가능과 정부의 산물벼 인수 등과 같은 조치가 빨리 나와야 큰 폭의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