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열렸다. 역대 대산농촌상 수상자들이 올해 수상자인 김경상 울산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권혁범 전남 영광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박이준 경북 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대표의 수상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열렸다. 역대 대산농촌상 수상자들이 올해 수상자인 김경상 울산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권혁범 전남 영광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박이준 경북 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대표의 수상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상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축하를 위해 자리를 메운 많은 이들도, 수상자 공적 영상을 보며 함께 울컥하고, 그들의 분투에 절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갖게 되는 상이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농업·농촌의 현실 속에서, 그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흘렸을 땀과 눈물, 인내와 헌신의 무게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산농촌상’ 이야기다.

지난 25일 오후 대산농촌재단(이사장 김기영)이 주최하는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이 서울 엘타워 5층 오르체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대산농촌상은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농업경영, 농촌발전, 농업공직 등 총 3개 부문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 발전에 탁월한 업적을 세운 인사를 선정, 시상하는 우리나라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농업경영·농촌발전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 5000만원의 상금이,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에게는 2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올해 ‘대산농촌상’은 박이준 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회장,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등 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협동의 힘으로 지역농업을 살리다

농업경영부분 수상자인 박이준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회장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농업경영부분 수상자인 박이준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회장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농업경영 부문 수상자인 박이준 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지금의 청도 한재미나리를 만들기 위해 걸어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오로지 어떻게 하면 고품질 미나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미나리 판로 개척으로 우리 130여 한재미나리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킬까 하는 생각으로 일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100%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우리 한재미나리 농가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오늘의 저를 묵묵히 한평생 지켜봐 주다 지금은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도 고생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한 번은 전하고 싶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박이준 회장은 2009년 한재지역(4개 리)의 130여 농가를 사단법인 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로 규합, 현재까지 이끌면서 헌신적인 리더십으로 한재지역을 미나리 최대 주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한재미나리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생산자연합회에서 연초에 미나리 가격을 합의하여 책정하고, 연간 같은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한편, 농가당 평균 1억원 이상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자립, 자치, 공생하는 행복한 농촌공동체를 만들다

농촌발전 부문 수상자인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농촌발전 부문 수상자인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농촌발전 부문 수상자인 권혁범 대표는 “정처 없이 떠도는 도시 난민의 삶을 접고 농촌에서 ‘공익적 시민’으로 살아보자는 선배의 제안에 솔깃해 변방 중의 변방, 전남 영광의 묘량면으로 내려와 농촌살이를 시작한 지 올해로 만 16년이 지났다”면서 “심사 기간 내내 ‘쟁쟁한 농촌 선배들이 다 올라와 있을 텐데 내가 되겠어, 난 아닐거야’ 했지만 막상 이렇게 큰 상을 받고 보니 부끄럽게도 기쁘다. 평생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헌신한 ‘무명’의 농민들과 선배 농촌 시민들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여민동락이 별의별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남아 있는 것은 ‘인사 잘하기’, ‘잘 듣기’, ‘늘 묻고 의논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기’라는 농촌살이의 원칙을 잘 지켜왔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사람과 지역사회, 그리고 자연이 서로 돌보며 아끼는 좋은 삶터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권혁범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비영리민간조직 ‘여민동락공동체’를 결성해 지역민에게 다양한 복지,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을기업을 통해 지역순환경제를 구현하는 한편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농촌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농촌공동체 모델을 제시했다.

◆농민 곁에서, 농업을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다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인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인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산농촌재단

“농촌지도직 공무원인 저에게 농업, 그리고 농업인이란 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인들이 저를 찾지 않고 또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제가 이렇게 있을 이유가 없죠. 어려울 때 저를 찾아주고, 믿어주고, 함께 해주신 농가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 김경상 과장은 ‘배는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작고 맛있는 배’인 황금배를 ‘황금실록’ 브랜드로 육성, 엄격한 품질관리로 울산 배 산업 부흥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현장에서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생산비와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현장농업기술을 전파, 지역 농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농업분야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 농업의 현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했을 때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변한다고 해도 우리 먹거리, 농업의 가치는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존엄하다고 생각한다. 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고 우리 농업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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