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대법원 판결의 후속조치 방안으로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이동통로 4곳이 차단될 방침이다. 차단기 설치는 A·D 구역으로 11월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며, 주차장 진입로인 B·C 구역은 방호벽이 설치된다. 
대법원 판결의 후속조치 방안으로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이동통로 4곳이 차단될 방침이다. 차단기 설치는 A·D 구역으로 11월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며, 주차장 진입로인 B·C 구역은 방호벽이 설치된다. 

대법원 판결 후속 조치로
공사, 이동통로 총 4곳 차단
유통 종사자들 반발에도 
23일부터 통행 제한, 부분 시행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주차장 이용 불편 야기 등
경매제 면적 ‘사실상 축소’ 불만
‘형평성·홀대’ 논란 이어질 듯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시장의 영업공간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이후 시장 개설자(서울시·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마련한 후속 조치에 대해 유통 종사자들이 반발하면서 또 다른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차단기 설치 2곳을 포함해 총 4곳의 이동통로를 차단한다는 것인데, 법원의 판결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주차장 이용 불편을 초래해 오히려 경매제 시장의 영업공간 면적이 강제로 축소되는 조치라는 불만이 나와 두 시장 간 영업공간 ‘면적’을 둘러싼 논란으로 불씨가 번질 양상이다.
 

2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들이 B·C 구역에 PE재질의 방호벽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들이 B·C 구역에 PE재질의 방호벽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공사)가 마련한 영업공간 분리방안은 경매장 시장과 시장도매인 시장 사이의 이동통로 4곳을 차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4곳 중 2곳(1번 게이트에서 시장도매인 시장으로 진입하는 이동통로 D, 5번 게이트에서 경매장 시장으로 진입하는 이동통로 A, 지도 참조)은 차단기를 설치해 화물차·지게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다른 2곳(경매장과 시장도매인 사이 공용 주차장으로 이동 가능한 통로 B·C)은 물리적 차단시설(PE 재질의 방호벽)을 설치해 차량 이동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공사는 이 같은 방침을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확정하고 10월 11일 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데 이어 23일 물리적 차단시설(B·C구역)을 설치해 통행 제한 방침 시행을 알렸다. A·D 구역의 차단기 설치는 11월 안으로 마무리해 1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법원 판결의 큰 취지 중 하나는 구매자와 출하자의 정상적인 통행은 방해하면 안 되고 불법 거래의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는 유통인의 지게차와 화물차를 차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도로 2개소는 차단기를 설치해 시장도매인이든 중도매인이든 차단기가 설치돼 있는 양 방향으로 넘나들지 못하게 하고, 지게차 등의 왕래가 가능한 주차장 진입로는 방호벽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시행 이전부터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 유통 종사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차단기 설치가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강서시장 청과도매법인협의체(도매법인 2곳·농협공판장 1곳)는 “공사는 차단기를 통해 출하자 및 구매자의 차량 출입을 계속해 허용할 방침이다. 차단기를 사이에 두고 계속해 농산물 물품의 이동을 허락하겠다는 계획은 반입·반출 구역 분리 혹은 물류동선 분리라는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행 제한 조치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행 제한 조치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 

또 다른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대목도 있다. 주차장 진입로 2개소를 차단한 부분이 지목된다.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제 시장 사이에는 주차장 2곳이 각각 위·아래로 분리돼 있다. 5번 게이트와 가까운 위쪽이 대형주차장으로, 시장도매인 시장 이용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아래쪽 주차장은 상대적으로 경매제 시장과 가까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동통로에 차단기가 설치돼 통행이 제한될 경우 경매장 이용자들의 주차장 이용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반면 시장도매인 시장의 활용도가 높아져 사실상 시장도매인제 공간으로 묶이는 결과가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협의체는 “현행 서비스동 및 식품종합상가 앞 주차장은 진출입로가 이미 시장도매인 점포와 가깝게 설치돼 있어 경매제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후속조치로 경매제 청과동 도로를 따라 차단 위치가 설정된다면 경매제 이용자들에 대해 위 주차장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부당하다”면서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을 위한 매장면적을 구성하는 주차장에 대한 사용을 강제적으로 축소시키는 것으로서, 경매제 도매시장법인의 영업 매장 조정의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업공간 면적을 둘러싼 부분은 유통 종사자 입장에서는 영업 활동 유지를 위해 첨예한 사안이다. 시장 이용료의 산정 근거 등 비용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강서시장 개장 이후 영업공간이 시장도매인제에 유리한 쪽으로 변경되는 사례가 있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 이번 역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매법인 관계자는 “시장 개설계획을 보면 경매제 면적은 4만3474평이고 시장도매인제 면적은 2만평이다. 당시 52개였던 시장도매인 숫자는 60개로 늘어났고, 중도매인 숫자는 줄어든 상황으로 사실상 양 시장 간 영업공간 면적 조정이 형평성 있게 이뤄져 왔는지 짚어야 할 부분”이라고 했고, 한 중도매인도 “경매제 시장의 주차장 이용이 제약을 받을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돼 온 ‘경매제 시장 홀대’ 불만이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시장 개장 당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계획 면적, 현재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면적, 그간 각 면적이 변하게 된 과정과 그 절차 등과 함께 양 시장 간 이동통로 차단 4개소의 위치 선정 근거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강서시장 양 제도 간에 불필요한 진통이 예상되고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며 “영업공간 분리는 투명하고 적정한 절차에 따라 정해진 양 제도의 면적에 근거해서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도매인제 관계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시장도매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사의 차단 조치가 시행되면 이전과 달리 1번 게이트 이용이 사실상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시장도매인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법률대리인 두 곳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의사결정이 진행된다고 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으로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차단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사각지대를 틈타 불법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관리 감독과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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