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정부가 연구개발(R&D) 카르텔을 잡겠다는 명목 하에 내년도 국가 R&D사업 예산을 33년 만에 16.6% 삭감하기로 하며 농진청 예산을 올해보다 13.5% 줄어든 1조855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중 농업 R&D 예산은 20.5% 삭감되며 총 예산 삭감보다 3.9% 높다. '지역농업 기반 및 전략작목 육성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79.3%, 농업 실용화기술 R&D 지원 예산은 88.7% 삭감됐다.

농업 R&D는 생물을 직접 다룬다는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수 없어 중·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하기에 예산 삭감으로 기존 연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지역농업 기반 및 전략작목 육성사업' 삭감은 지역농업에 대한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나온다.

30년간 농사를 지어온 한 농부는 “하늘과 동업하는 이 일은 30년째 해도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데 최근 이상기후가 심각해지고 영농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더욱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30년 경력은 어디를 가나 베테랑으로 인정받지만 사실 횟수로 따지면 30번 밖에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이기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예산을 증액해 기후환경의 변화에 따른 각종 질병 및 병해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고령화로 인한 농업·농촌의 존속 위기에 대비하며 청년농 육성을 위한 투자가 마련되어야 할 시기에 말이다.

미래 30년, 또 그 다음 30년의 식량안보를 걱정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켜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농업의 가치를 알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농업 R&D 예산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