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가을배추 출하 시작 되면서
몇몇 일간지 중심 급등 우려
김장수요 본격화 되기도 전
과도한 수급불안 조성 눈살


가을(김장)배추 출하가 시작되는 시기에 몇몇 일간지를 중심으로 ‘김장 물가’ 급등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는 배추뿐만 아니라 일본 해양 오염수 문제로 우려가 증폭된 부재료인 소금(천일염) 수급 문제를 부각시켜 불안한 소비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김장 수요가 본격화되는 11월에 앞서 나타나는 김장 재료의 초기 물량 공백을 두고 과도한 수급 불안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배추와 무는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 우려

올해도 10월 들어 ‘김장 물가’ 우려 보도가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주로 언급된 품목은 배추와 부재료인 소금(천일염), 고춧가루, 생강, 대파 등이다. 대부분 지난해 대비 현재 가격 상승 상황을 강조하는 방식인데, 올해는 소금 수급과 연계해 ‘불안’을 넘어 ‘공포’ 수준의 현상으로 극대화하는 보도도 나오는 실정이다.

산지와 도매시장, 농업 관측기관에 따르면 김장 채소류의 수급 상황은 10월 하순 또는 11월 초순부터 공급량이 늘어남에 따라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월 들어 나타난 배추의 가격 상승은 추석 수요가 꺾인 데다 여름 작형에서 가을 작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량 공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0월 초순 현재 가락시장의 배추 반입량은 일 평균 500~600톤으로, 전년 700톤 내외보다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랭지배추와 달리 가을배추 산지는 전국적으로 출하하는 만큼 10월 하순부터는 공급량이 회복되면서 가격 및 수급 상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산지와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10월부터 12월까지 생산되는 김장용 배추(가을배추)의 경우 수요가 가장 많은 11월 출하물량이 70%를 차지해 자칫 김장철에는 ‘집중(홍수) 출하’로 인한 도매시세 하락을 대비해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예측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평년 대비 2.6%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1주일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평균 경매(도매)가격(10㎏ 상품)은 10월 10~13일 1만3000~1만4000원대, 14일 1만2000원, 16일에는 9000원대 초반으로 크게 하락해 지난해 10월 평균 1만146원보다 낮은 상황이다.

무 도매가격(20㎏ 상품, 가락시장)도 1만2000~1만3000원대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떨어져 있으며, 이 흐름은 9월 초부터 50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고춧가루, 생강 등 부재료도 수급 불안 완화

우려의 또 다른 축은 김장 부재료다. 고춧가루, 생강, 마늘, 소금(천일염) 등인데, 국내산 천일염의 경우 올해는 공급 부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천일염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 말하는 대란 등의 혼란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10월 중으로 김장 수급 방안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춧가루, 생강, 마늘 등의 품목들은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10월 하순부터는 수급 변동성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품목별 재배면적 변동 폭은 건고추는 전년 대비 8.9% 감소, 마늘 전년 대비 16.7% 증가, 생강은 평년 대비 1.7% 증가할 것이라는 게 농림축산식품부(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산지 여건 고려하지 않고 ‘소비 불안’만 자극

김장철 수요에 맞춰 준비 중인 산지 공급 상황을 점검하지 않은 단순 소비지 가격(소매가) 비교 위주의 보도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도매시세 하락 상황이 소매가에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현 시점 가격 비교는 소비 심리를 위축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불안 여론만 조성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배추와 무를 생산·유통하는 산지 관계자는 “지금 시점은 추석이 끝나고 수요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배추 작형이 가을 작형으로 교체되는 시기여서 출하물량이 많지 않다. 작황이 부진해 하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오히려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하는 도매가격이 예상되고 있는데, 김장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런 부분들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서 “김장 수요를 활성화하려는 접근이 필요한데, 오히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보도들이 산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산지 물량 증가에 따른 도매가격 하락 폭이 소비지 가격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천일염 가격 상승으로 김장 재료 비용 모두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김장 시기를 서두르지 말고 11월 초중순으로 예상해 준비를 한다면 가격이나 수급 상황 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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