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무지개농원 대표·한국포도회 서산지부장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서 무지개농원을 운영하며 샤인머스켓을 생산하고 있는 전주성 한국포도회 서산지부장. 최근 국내 샤인머스켓의 공급 과잉과 품질 하락 여파 속에서도 전주성 지부장은 뛰어난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40년 매진한 사과 나무 뽑고
2018년 샤인머스켓으로 전환

볏짚 넣은 두둑 위에 묘목 식재
유기물농법 적용, 품질 최상급
작년엔 과일산업대전 우수상도

2㎏ 5만2000원대 온라인 판매
가격대 높아도 금세 동이 나


충남 서산은 포도 주산지가 아닌 ‘불모지’에 가깝다. 2021년 서산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산 지역의 포도 재배면적은 13.6ha(약 4만평)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최고 품질의 샤인머스켓을 생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서산 운산면 갈산리에서 무지개농원을 운영하는 전주성 한국포도회 서산지부장이다.

무지개농원의 샤인머스켓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과수농협연합회에서 주최한 ‘2022년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포도 부문 우수상(전국 2위)을 수상하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최근 몇 년간 프리미엄 과일로 각광을 받은 샤인머스켓이 지난해부터 공급 과잉과 품질 하락 여파를 겪으며 소비 부진, 가격 하락 등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지개농원에는 샤인머스켓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 맛과 품질이다.

무지개농원에서 생산되는 샤인머스켓을 당도 측정기에서 측정한 결과 최상급 포도인 19.9브릭스의 당도가 나왔다. 
무지개농원에서 생산되는 샤인머스켓을 당도 측정기에서 측정한 결과 최상급 포도인 19.9브릭스의 당도가 나왔다. 

추석을 앞둔 9월 말 찾은 무지개농원은 전국 각지에서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는 물량을 택배 포장하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약 2500평 면적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전주성 지부장 내외가 수확과 선별, 포장 작업을 직접 하고 있었다. 알이 굵고 탱글탱글한 외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당도 측정기에 표시된 숫자는 19.9브릭스. 최상급의 이 포도는 택배 운송 과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개별 에어캡 포장까지 꼼꼼하게 마쳤다.

이 샤인머스켓은 온라인에서 2㎏ 상자 기준 5만2000원대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같은 시기, 서울 가락시장의 샤인머스켓 경매가격 2~3만원대(2㎏)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생산물량이 많지 않아 이 가격대에도 물량은 금세 동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영농 생산비는 더 늘었지만, 소비자들의 명절 지출 여력을 감안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지난해 가격 수준으로 맞춘 것이라는 귀띔도 했다. 지난 40년간 사과 농사에 매진했다가 2018년 샤인머스켓으로 품목을 전환한 이후 비교적 짧은 시일 내에 고품질의 샤인머스켓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더 놀라운 대목이다.

“사과 농사를 40년 정도 지었어요. 가장 규모가 클 때는 임대를 포함해 1만평도 넘었죠. 그러다가 샤인머스켓을 알게 된 거죠. 손주와 둘이서 마트에 갔는데, 이 꼬마 아이가 샤인머스켓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름만 듣고는 외국 과일인 줄 알았어요.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니 샤인머스켓 수익성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2016년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경북 상주에 찾아갔죠. 1년에 8~9번씩 상주를 찾아 머물면서 공부를 했어요. 물론 사과 농사도 같이 하면서요. 그렇게 2년쯤 지나자 확신이 섰고, 2018년 사과 묘목을 뽑아내고 샤인머스켓 재배를 시작했어요. 주위에서 모두 만류했죠. 미친놈 소리도 들었고요.” 전주성 지부장의 얘기다.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리면서도, 자신은 있었다고 했다.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볏짚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볏짚을 넣고 두둑을 높이 쌓은 후 묘목을 식재하는 방식인데, 볏짚 공급을 알맞게 하는 부분이 가장 까다롭다. 또 두둑을 쌓기 위해서는 일일이 땅을 파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비료가 귀한 어린 시절, 아버님께 농사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유기물농법을 하게 됐고, 토양 관리와 볏짚을 활용하는 법을 알 수 있었죠. 볏짚은 토양 개량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너무 많이 넣으면 토양 속 질소가 소모돼 식물이 흡수할 질소가 없어져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하지만 볏짚을 잘 활용하면 수분이 일정하게 공급되고, 공극이 넓어 공기 유입도 많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물성이 부드러워져 볏짚이 나중에 썩어서 좋은 유기물이 되겠죠. ‘1석3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농장에 비해 관수 물량이 10분의 1도 안 들어갈 정도로 효율적이에요.”

그는 서산 지역의 포도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산 지역의 포도 경쟁력이 좋아요. 상주나 김천 등 전통적인 포도 주산지에서는 관행적으로 농사를 짓는데, 여기는 그런 인식이 없어요. 교육만 제대로 받쳐준다면 새로운 도전이나 기술 개발에 유연함이 있다는 거죠. ‘밭 포도’라는 점도 특별해요. 서산 지역은 밭에서 기르는 포도인데, 논은 토심이 약하기 때문에 식감이나 맛은 ‘밭 포도’가 좋아요. 세 번째로 ‘해풍’이 있어요. 해풍에는 미네랄이 많잖아요. 예전에 사과를 재배할 때도 해풍을 맞은 사과는 단단해지고 맛이 좋았죠.”

전주성 지부장은 지역 농가들과 함께 서산 포도 수출을 확대해보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나아가 서산 포도가 전국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충남도농업기술센터와 운산농협, 한국포도회 등의 도움으로 제가 자체적으로 농가 대상으로 포도 재배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산이나 지원 면에서 애로점이 많다”면서 “서산시 등 행정에서 예산이나 지원에 관심을 더 가져준다면, 서산 포도가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당부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