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농진청이 신품종 사과 3종에 대한 시장성을 평가받기 위해 지난 11일, 가락동도매시장 내 중앙청과 회의실에서 신품종 사과 시장성 평가회를 진행했다.
농진청이 신품종 사과 3종에 대한 시장성을 평가받기 위해 지난 11일, 가락동도매시장 내 중앙청과 회의실에서 신품종 사과 시장성 평가회를 진행했다.

‘이지플’ 홍로 대체 가능성
맛 좋아, 과형 보완 숙제

여름사과 ‘골든볼’ 식감 우수 
8월 적기에 나오면 경쟁력

양광·후지와 출하시기 겹쳐
‘컬러플’만의 강점 더 살려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신품종 사과 ‘골든볼’과 ‘이지플’, ‘컬러플’이 도매시장 유통인들로부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맛, 색, 숙기 등 각 품종 개발 과정에서 고려한 특장점이 실제 생산 및 판매하는 사과에도 잘 나타날 수 있도록 품종별 재배 적합 지역에 대한 조사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유통인들의 목소리다. 농진청은 지난 11일, 도매시장 유통인들로부터 신품종 사과의 시장성을 평가 받고 시장 진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신품종 사과 시장성 평가회’를 개최했다.

신품종 사과 특징=이번에 평가를 받은 신품종 사과는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했다. 사과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골든볼은 황색을 가진 여름사과 품종 육성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엘스타’와 ‘홍로’를 교배해 만들었다. 과피는 황색을 띠고 있으며, 성숙기는 8월 초에서 중순이다. 과형은 약간 납작한 모양의 ‘편원추형’을 가졌다. 과중은 275g, 평균 당도 14.8브릭스, 산 함량은 0.51%다. 특히 과피가 황색인 사과여서 착색 관리를 위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상온 유통기간은 조생종에선 비교적 긴 10일 정도로 유통에 어려움이 없다는 게 사과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개발된 신품종 사과 3종.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개발된 신품종 사과 3종.

이지플은 사실상 ‘홍로’ 단일 품종이 점유하고 있는 추석 사과 시장에 보다 다양한 사과를 선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한 추석용 사과다. 홍로와 ‘감홍’ 품종을 교배해 만들었으며, 올해 품종 등록을 마쳤다. 성숙기는 9월 초·중순으로, 과피색은 감홍과 유사한 홍색을 띠고, 과형은 홍로와 비슷한 원추형이다. 과중은 338g, 당도는 평균 16.7브릭스, 산 함량은 0.41%로 당도가 높다. 수량성이 높은데다, 해거리가 없어 재배가 쉬운 특성을 가졌다. 홍로와 비교해선 탄저병에 강한 것이 장점이다. 상온 유통기간은 15일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정희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은 “이지플은 이름에 들어간 쉽다는 뜻의 ‘이지(easy)’처럼 착색에 어려움 없이 재배할 수 있는 사과”라며 “최근 사과 농가에서 많이 선택하고 있는 품종”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컬러플은 붉게 착색이 잘 이뤄지는 가을사과 육성을 목표로 개발한 품종이다. ‘양광’과 ‘천추’ 품종을 교배해 만들었다. 성숙기는 10월 초·중순이며, 원추형의 붉은 색에 매끈한 외관을 보인다. 과중은 328g, 당도 15.2브릭스, 산 함량은 0.55%다. 재배과정에선 생육기 고온에서 착색 관리 노력 없이도 붉게 착색이 잘 이뤄지고, 탄저병과 겹무늬썩음병, 갈색무늬병 등에도 비교적 강한 특성을 가졌다. 상온 유통기간은 20일 정도로 알려졌다.

▲유통인 반응은=가락시장 경매사, 중도매인 등 유통인들은 이날 선보인 세 가지 사과 신품종 중에서도 추석용 사과로 개발한 이지플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겼다. 과형 등의 상품성 보완이 이뤄진다면 홍로 대체도 가능할 만큼 경쟁력 있어 보인다는 게 유통인들의 평가다.

이영신 중앙청과 부사장은 “이지플이 아직은 홍로보다 상품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홍로도 처음에는 농가 재배기술이 부족해 품질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라며 “이지플도 농가 재배기술이 조금 더 자리 잡는다면 나중에는 시장성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탁송철 서울청과 중도매인은 “이지플은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맛으로, 모양만 조금 더 개선해서 잘 육성하면 홍로 대체도 가능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면서 “판매해 본 결과 지금도 맛에서는 소비자 반응이 좋다”라고 호평했다.

여름사과인 골든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유형선 찬솔농산 대표(중도매인)는 “골든볼은 8월 적기에 나오면 괜찮은 사과로, 식감도 좋고 저장성도 있다”라며 “여름사과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희석 한국청과 경매사는 “홍로가 나오기 전 시장에 출하하면 괜찮을 것 같다”며 골든볼을 가장 시장성 있는 사과로 꼽았다.

유통인들은 다만 컬러플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출하하는 사과 대비 변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규효 서울청과 경매사는 “컬러플 출하 시기가 10월 중순인데, 양광과 후지 품종 출하 시점”이라며 “이 사과들과 경쟁하려면 컬러플만의 특징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품종 평가회에서 유통인들은 무엇보다 신품종 개발과 함께 실제 사과 생산 현장에서 품종별 특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재배 적합 지역을 찾아 보급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형선 찬솔농산 대표는 “유사 품종인 경우 개발 당시에는 숙기 등에 차별을 뒀겠지만 재배 현장에서는 환경, 농가 기술에 따라 숙기가 같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게 되면 결국 품종 간 차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개발한 품종 특성이 잘 나타날 수 있는 적합한 재배 지역을 찾아 보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김규효 경매사도 “감홍 사과도 20만원 짜리가 있고 3~5만원 짜리가 있듯이 품종이 좋다고 아무 곳에서나 사과가 다 잘나오지는 않는다”라며 “기후변화에 맞춰 적합한 재배지역을 찾아 품종별 단지를 만들면 지역도 살고, 사과도 살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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