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주에서 배를 재배하는 농민을 만났다. 바쁜 수확기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해 반갑게 인사했지만, 대목을 보낸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올해 배 가격은 지난해에 비하면 괜찮았지만 냉해 피해로 인해 수확량이 지난해 절반에 그쳤다”고 말하며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비로 500만원 넘게 냈지만, 보상은 900만원에 그쳤다”고 한탄했다. “보상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손해평가사가 현장을 확인할 때 입씨름도 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면서 “한번 수확으로 한 해를 살아야 하는데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금으로 부족한 생활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수는 없어 융자금만 늘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늘어나는 요즘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민에게는 최후의 안전망이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운영으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개인 의지와 관계 없이 자연재해로 발생한 피해에도 피해자인 농업인에게 교통사고보다 높은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고 보상금액도 줄여서 주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2020년 정부가 보험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보험 가입 금액 산출 방식과 과수 4종(사과·배·단감·떫은감)의 적과 전 발생한 재해 보상기준을 하향 조정하면서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다. 기존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지만 보상금액은 축소된 상황에도 농업인은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작물 재해보험 자기부담금 10%를 도비로 지원하고 있는 전남도는 최근 정부를 향해 자연재해로부터 현실적으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 가입 금액 산출 기준 개선 △보험료 할증 완화 △과수 4종 적과 전 보상수준 상향 △자기부담비율 15%로 인하 △병해충 보장 범위 확대 등 내용을 담아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과 정희용 의원(국민의힘·고령성주칠곡)이 최근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의 정치적 갈등 상황에도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피해자의 고통을 치료하고 재활과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교통사고 보험과 같이 자연재해 피해자인 농업인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기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농작물 재해보험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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