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지난 6일 한돈협회가 주관한 ‘현장 중심 방역 체계 구축 전문가 T/F 2차 회의’에선 규제가 완화돼 개정된 고시·SOP 내용 소개와 함께 추가적인 논의도 이뤄졌다. 
지난 6일 한돈협회가 주관한 ‘현장 중심 방역 체계 구축 전문가 T/F 2차 회의’에선 규제가 완화돼 개정된 고시·SOP 내용 소개와 함께 추가적인 논의도 이뤄졌다.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첫 발생 이후 규제 일변도의 고강도 정책이 유지됐던 ASF 방역정책이 생산자단체 건의를 담아 상당 부분 완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 ‘ASF 긴급행동지침(SOP) 일부 개정’ 알림(재정정) 공문을 관련 부처 및 기관, 단체 등에 보냈고, 이 개정안과 함께 최근 개정된 고시(방역실시요령) 내용이 6일 대한한돈협회 주관으로 서울 서초구 제2 축산회관에서 진행된 ‘현장중심 방역체계 구축 전문가 TF 2차 회의’에서 공개됐다.

역학농장 역학 지정 및 이동제한 기간이 단축됐고, 방역대·역학 농장 출하가 당겨지며 방역대 농장 이동 조건도 완화됐다. 다만 이날 회의에선 8대 방역시설 중 폐기물관리시설 설치 지침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살처분 보상금 감액이 이중 처벌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등 ASF 정책에 대한 좀 더 보완적인 토론도 오갔다. 


#ASF 고시·SOP 주요 개선 내용은

역학 농장 지정·이동제한 기간
기존 21일서 19일로 당기고
방역대·역학 농장 조기출하 허용
중복 방역대 이동제한 축소 등
한돈협회 건의 내용 다수 반영

고시와 SOP 개정 주 내용을 보면 농가와 한돈협회가 건의한 내용이 다수 반영됐다. 우선 역학농장 역학 지정 및 이동제한 기간이 21일에서 19일로 당겨졌다. 방역대·역학 농장 조기 출하 허용도 명문화됐다.

도축장·농장 역학의 경우 기존 21일 안에서 정부 판단에 따라 출하가 들쑥날쑥 진행됐지만 이젠 도축장 역학은 7일, 농장 역학은 14일로 출하 허용이 공식화됐다. 여기에 방역대 농장도 30일에서 21일로 출하 허용 기간이 9일 줄어들었다. 특히 방역대 농장 이동 조건의 경우 기존 30일에서 이동제한 기간 21일 경과 시 ‘대한한돈협회 건의’를 통해 이동이 가능해지게 됐다. 

중복 방역대 농가 이동제한 조치도 완화됐다. 강화된 방역시설을 설치한 양돈농장에 대해 방역실태 점검과 임상·정밀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이동제한 기간 조정이 가능해졌다. 야생멧돼지 방역대 농가에 대해서도 완화조치가 내려졌다. 돼지의 조기 이동이 허용된 것으로 권역 내는 정밀검사 후 언제든, 권역 밖은 7일 후부터 이동이 가능해졌다.

부산물 유통도 기존 폐기하거나 내부 온도 70℃ 이상에서 30분간 열처리하는 경우만 유통할 수 있었지만, 이젠 출하 돼지 20%(최소 20두 이상)를 정밀 검사해 이상 없는 경우 유통이 허용됐다. 

이 내용을 소개한 최재혁 한돈협회 팀장은 “농가들은 언제 출하가 허용될지 몰라 답답한 가운데 출하가 지연되면 밀식 사육에다 상품성 저하, 생산비 증가 등 여러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에 농식품부가 농가와 협회 의견을 다수 반영해 고시와 SOP 상당 부분을 개정, 그동안 꿈적 않던 고강도 방역 정책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며 “다만 방역대 범위 축소나 역학농장 생축 이동 허용, 거점소독시설 생축 차량 제외 등 앞으로 더 반영돼야 할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농식품부가 SOP를 단계적으로 개정하고 있기에 지속해서 건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SF 방역정책 추가 보완 과제는

폐기물관리시설 후속 조치로
비료공정규격 가축 사체 포함
살처분 ‘보상’ 명칭 변경 등 과제

이날 전문가 TF 회의에선 방역실시요령과 SOP 이외에도 ASF 방역 정책과 관련해 보완해야 할 사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가축전염병예방법시행규칙 개정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 모든 한돈 농가가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폐기물관리시설에 대한 후속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폐사체관리시설과 관련해서도 한돈협회가 건의한 폐사체처리기 등 밀폐관리가 가능한 시설도 폐기물관리시설로 인정키로 하는 추가 대책을 지난달 초 발표<본보 9월 12일  ‘조립식 가설건축물’도 축산 폐기물 관리시설로 인정 참조>했다. 기존 냉장·냉동 보관시설만 허용하는 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이 보완책이 빛을 발하려면 농촌진흥청의 비료공정규격에 가축 사체도 포함돼야 한다. 이게 개정되지 않을 시 폐기물관리시설에서의 보관 이후 활용방안이 막히게 돼, 농식품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추가 대책은 반쪽짜리에 그치게 된다. 이에 한돈협회는 농식품부와 농진청과 비료공정규격 개정이 이뤄지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살처분 보상금 감액 기준’에 대해선 이중 처벌이란 지적과 함께 ‘보상’이란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왕영일 한돈협회 감사는 “근본적인 법의 논리로 보면 살처분 보상금 감액 기준은 농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예를 들어 방명록이 누락됐다고 하면 방역수칙 미준수로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여기에 살처분 보상금까지 감액하는 건 이중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조진현 한돈협회 전무도 “교통 신호를 위반하면 과태료나 벌금을 내지 내 차 가격까지 깎지는 않는다. 과태료를 내면서 살처분 보상금까지 깎는 건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살처분 보상금이라고 명칭에 보상이 들어가 있다 보니 살처분하면서 뭔가 얹어주는 것 같은데, 이는 보상이 아니기에 살처분 가축비 등으로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주원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사무관은 “(비료공정규격 개정과 관련해선) 농식품부의 추가 대책이 잘 마무리되기 위해선 사체가 비료로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한돈협회, 농진청과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며 “(살처분 보상금에 대해선) 법률 자문을 받은 바에 따르면 보상금은 국가 예산 지원 부분이고 과태료는 행정처분이기에 이론상으로 두 개의 공존이 가능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기엔 문제가 있다고 여길 수 있어 감액을 완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했는데 현장에선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좀 더 농가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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