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
자신의 삶과 생각도 있어야
제목 길면 읽고 싶은 의욕 감소
‘무제’는 작품의 진정성 폄하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 풀길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47편이었다. 올해의 전체적인 경향은 농촌여성의 의식변화를 꼽을 수 있었다. 전에는 남편의 의지로 귀농, 귀촌하는 수동적 모습이었는데 현재는 아내의 의지로 단독 귀촌, 귀농하는 능동적 사례가 많았다. 기후 위기를 의식하고 특수작목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았고 경관농업이나 치유농업등 새로운 패턴을 볼 수 있었다. 농촌여성의 학력이 높아감에 따라 디지털 농업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심사기준은 공모 시에 알렸듯이 스토리, 문학성, 감동, 농업연관성 네 가지에 주목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본인이 무슨 농사를 어떻게 지었고 판매는 어떻게 했는지, 자신의 삶과 생각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진솔성이 다. 더러는 스토리는 없고 행정당국에 요구사항만을 건의한 예는 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 제목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제목이 너무 길면 내용이 다 드러나서 읽고 싶은 의욕을 감소시킨다. 또한 무제라고 하는 것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 폄하된다. 심사방법은 심사위원 5명이 추천하는 작품에 표가 가장 많은 작품을 대상으로 선했다. 그 다음은 우수작, 장려작 순으로 심사했다.

대상에 선정된 배미령 ‘보나의 정원’은 치밀한 서술로 실패의 과정과 재기의 과정이 진솔하게 표현됐다. 알찬 내용과 안정된 문장력이 돋보였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상품개발과 특허등록, 안정되자 사회에 헌신하며 보나의 정원을 꿈으로 희망을 둔 작가의 노력이 감동적이다.

IMF로 집과 운영하던 학원을 잃고 자신감을 잃은 남편의 버킷리스트 1호로 준비 없이 귀농을 한다. 아이들이 먼 거리 통학의 애로사항과 무농약 못난이 단감을 농사지었으니 고객도 없고 값도 없어 포기를 하며 귀농교육도 받지 않고 농경지를 먼저 선택한 것도 나의 귀농 실패의 원인이라고 술회한다. 여성농업인으로서 귀농학교와 정보화 교육, 벤처농업 등 농촌을 배우며 생활개선회, 향토음식연구반에도 가입해 2년을 교육받으며 다시 준비를 한다. 여기에 남편의 사고, 감나무 아래 토종닭 1000마리를 놓아기르는 농장에 진돗개 세 마리가 습격하며 닭을 많이 잃고 접는다. 특용작물 참죽나무를 키우고 셀 수 없는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면서 ‘오방색 양파참죽부각’을 탄생시키고 특허등록까지 마친다. 판로의 길을 모색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정보화 교육에서 배운 블로그의 덕을 본다. 여기에서 SNS의 위력을 실감한다.

작가가 꿈꾸는 보나의 정원이 미래의 세대에게 물려줄 경관농업을 추구하고 ‘농장다움’, ‘나다움’을 벗어나지 않고 훼손시키지 않으며 더 나아가 치유농업활동까지 아우르는 멋진 플랫폼이 되기를 응원한다.

끝으로 당부하는 것은 여성농업인이라면 삶의 현장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풀어내면 한 편의 글이 된다. 망설이지 말고 가장 절실한 것, 꼭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시기 바란다.

우수상에 선정된 전옥경 씨의 ‘물속에서 건져낸 ’희망‘’은 코로나 19로 강의가 무산되고 평소에 꽃을 좋아했던 작가는 비닐하우스에 꽃농사를 짓는다. 페츄니아, 다알리아를 택배 판매했으나 혹한의 날씨에 배송에 어려움이 있어 신품종 페츄니아를 개발하고 국립종자원에 신품종등록을 한다. 올여름 폭우에 다 잃고 조금의 삽목만 살아남은 희망이들의 이야기로 고난극복 과정이 감동이다.

“인생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새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물에서 건져낸 삽목이를 좀 큰 화분에 옮겨 심고 가까스로 피어난 꽃봉오리에 가루받이를 해주었다. 이번 씨앗이 영글어 새로운 꽃이 피어나면 이름을 ’희망‘이라고 지어주고 싶다.” 말미의 문장이 전편의 과정을 함축하고 의미화한 백미다.

소영미 씨의 ‘내 인생을 바꾼 정직한 한우’는 30년간 한우를 기르며 느낀 소회를 진솔하게 서술했으며 내용이 알차다. 남편 뜻에 따라 귀농하여 한우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우사환경이 좋지 않아 초기에는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남편이 새벽 우시장을 다니며 사육과 매매의 실력을 쌓는다. 사육의 모든 과정을 직접관리하고 시료와 약품을 공동구매하여 단가를 낮춘다. IMF로 몰락했다가 다시 시작한 이야기다.

이글에서 “한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첫째라는 남편의 동물사랑은 정말 존경할 정도였습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대화를 하는 남편을 보면서 저 자신도 한우와 교감할 수 있는 마음까지 키워나가야 했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송정희 씨의 ‘나의 보물 농사 이야기’는 뇌성마비 1급 장애 시누이와 자폐 2급 시누이 딸과 동거하며 자신의 아이들을 낳아 키우다가 셋째 아이의 심장병 그리고 시누이 사망, 복잡한 가정사가 전개된다. 밀감밭을 임차해 농사를 짓고 택배 판매했으나 부진해 명함 돌리기로 판로를 개척한다. 섬 밖 농협과 거래가 성사되고 지역축제에 밀감 판매, 큰딸이 농장 일에 합류한다. 조금 안정되자 지역에 기부하여 KBS사장상을 받는다.

“내가 농사도 판매도 넘어지면 또 일어나는 오뚜기가 되기까지 내 친구들과 친정언니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중략) 그래서 생겨버린 작은 소망 1초의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기, 살암시민 살아진다, 오늘도 나는 농사도 판매도, 그리고 은혜를 갚는 농업인 인생 샷을 찍는다.”처럼 삶의 의지와 불굴의 정신을 높이 샀다.

김미정 씨의 ‘농사를 짓다’는 올여름 수해의 현장에서 건진 글이다. 바쁠 때 허리 수술을 하게 된 엄마, 그 사이 쏟아진 폭우로 벼는 물에 잠기고, 고추는 말라 죽고 흙은 푹푹 빠지고, 어찌어찌하여 조금 건진 착색기의 고추는 한꺼번에 다 익어 수확하기 어렵다. 수해로 단호박 수확은 포기하다시피. 이런 상황에서 가을배추와 무 농사는 어떨지 걱정인데 장마에도 2차가 있는지 비는 또 쏟아진다. 이 글에서 날씨와 농사의 불가분의 관계를 보여주었다. 기후 재앙은 곧 인류의 재앙인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표현한 글이다.

조영민 씨의 ‘농촌에서 청춘을 써 내려간다’는 스토리가 일관되고 정연해서 이해하기 쉬운 글이다.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커왔던 작가는 농촌에서 살아남기 위한 청년 여성 농업인으로 기후재앙이라는 암벽 앞에서도 이 시대 농부의 길을 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곶감농사를 지으며 농업 멘토, 인생 멘토인 부모님을 현장교수로 모시며 배우는 태도가 믿음직하다. 여기에 나만의 마케팅 전략으로 mz 청년 농업인의 강점인 마케팅, 조농부마켓, 스마트 토어 오픈 등 진취적 생활의 기록으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치유농업의 가능성을 제시한 점, 서로 다른 거주지에서 서로 경영체를 가지고 대표로서 자리를 지키며 계절부부의 전범을 보여준 것이 특별했고 당당했다.

“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중 하나인 농촌 경관을 바탕으로 한국농촌에서 생소했던 치유농업이라는 것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이 꼭 이루어져 농촌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