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자조금 개편 논란 일단락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정부가 한 달가량 진행해 온 축산자조금 개편이 무산됐다. 사진은 그 과정 중 지난 9월 7일 한국국제축산박람회장에서 주요 축종 생산자단체들이 자조금 개편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이날 기자회견과 궐기대회 등의 대응방안이 확정됐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예고된 전날 정부가 축산단체 등과 합의 없이 자조금 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부가 한 달가량 진행해 온 축산자조금 개편이 무산됐다. 사진은 그 과정 중 지난 9월 7일 한국국제축산박람회장에서 주요 축종 생산자단체들이 자조금 개편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이날 기자회견과 궐기대회 등의 대응방안이 확정됐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예고된 전날 정부가 축산단체 등과 합의 없이 자조금 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 사태는 일단락됐다. 

▶축산단체 논의 ‘보이콧’
정부주도 농산물 자조금과 비교 안돼
개편안 마련 자체가 ‘정부 개입’ 지적

▶추진 한 달여 만에 정부 ‘백기’
“축산단체 합의 없이는 추진 않겠다”
공문으로 제도개편방안 철회 밝혀


지난 8월 18일 축산자조금 개편안을 내놨던 농림축산식품부가 한 달여만인 9월 17일 사실상 개편안을 거둬들였다. 정부 개편안에 대한 축산생산자단체의 반발이 워낙 컸던 데다 농식품부가 원안을 내놓은 이후 진행과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축산단체는 ‘애초에 안 될 것’을 논의 선상에 올렸다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급기야 국회 소통관에서 개편반대 기자회견을 계획하자 농식품부가 개편안을 거둬들이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한 달여 남짓 이어진 축산자조금 개편 논란을 복기해보고, 처음으로 의무축산자조금을 출범시킨 김건태 전 양돈(한돈)자조금준비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진단해 본다.  
 

정부가 밝힌 개편 이유는 ‘관리 책임성 제고’

지난 8월 18일 공개된 ‘축산자조금 기능 강화 등 제도개편 추진 계획’ 문건에서 농식품부가 밝힌 자조금 개편 이유는 ‘대부분의 자조금 예산이 관행적으로 편성·집행되고 있다’ 그리고 ‘수급 문제와 질병 방역 등 산업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활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조금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은 지양하되 수급·질병 등 주요 문제에 대한 자조금의 기능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성과 관리와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 도입을 통해 자조금 관리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하겠다며 축산자조금 개편의 목적을 밝혔다.

이를 위한 조치로는 현 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을 법인화(자조금관리원) 하고 법인 이사회를 구성할 때 이사의 절반가량을 정부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한편, 현재 자조금 의사결정의 최상위에 있는 대의원회를 총회로 변경해 자조금관리원 아래 두도록 한다는 것. 

이에 더해 △법인격이 없는 상황에서 위원장 명의의 통장을 통해 자조금을 편성·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회계부정이나 자조금의 사유화 등의 우려가 있어 법인화 해야 한다 △자조금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수급조절사업’이 있는데 축산자조금법 상 관련 조항이 없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산물분야 자조금과 달리 자조금 집행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객관적 기준 없이 정부 보조금을 배분하고 있어 자조금 조성 목적 달성에 기여할 유인이 저하되기 때문에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축산자조금 가져가라려는 것” 거센 반발

개편안을 받아든 축산단체·자조금 관계자들의 반응이었다. 또 관리위원회 사무국을 법인화 하고 법인 이사회 이사 중 절반가량을 정부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로 채우겠다는 데 대해서는 ‘이전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는데 이번엔 정부가 노골적으로 축산자조금을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농산물분야 자조금과 축산자조금을 어떻게 비교하느냐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축산농가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축산단체가 이뤄낸 축산자조금과 이를 밴치마킹해 사실상 정부주도로 만들어진 농업분야 자조금을 어떻게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느냐는 것.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의무자조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모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주요 축종은 농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거의 100%에 가까운 거출률을 보이고 있고, 그 규모도 축종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억원대의 자조금을 모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축산자조금을 농업부문 자조금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했다”며 문제 삼았다.   

특히 농식품부가 개편안에서 ‘자조금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은 지양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의견을 묻는 과정도 없이 개편안을 만들어 내놓은 것 자체가 정부 개입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축산자조금 개편 일정에 대해서도 “8월까지 축산단체 등과의 논의를 거쳐 축산자조금법 전부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8~9월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를 진행한 다음 협의를 통해 가능한 경우 올해 중으로 의원입법을 하거나 아니면 2024년 국회 구성 이후 즉시 정부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는 명백한 정부 개입”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급조절이나 방역·환경분야에 자조금을 써야 한다는 농식품부의 입장에 대해 또 다른 자조금사무국 관계자는 “자조금 사업 항목에 '수급조절'이 들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면서 “축산자조금을 의무적으로 거출하게 된 이유가 수입 축산물 개방 과정에서 국내산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소비홍보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게 관행적이라는 건 또 무슨 소린지?”라며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축산단체와 자조금에서 논의 자체를 보이콧 하자 정부가 ‘축산단체장이 자조금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은 허용하겠다’, ‘이사 추천인원도 조정할 수 있다’는 등 다소 물러선 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편안이 나온 후 시간이 지나도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자 ‘당초 안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논의를 하자’는 말도 나왔었는데 이미 나온 계획을 어떻게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나? 일단 그렇게 해놓고 언제 다시 드라이브를 걸지 모를 일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또 정부가 자조금사업을 평가해 지원액에 차별을 두겠다는 등의 내용도 여전히 관조금으로 가는 독소”라고 덧붙였다.

 

결국 공문으로 ‘추진계획 없다’

농식품부가 축산단체와 합의 없인 자조금 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축산단체에 보낸 공문.
농식품부가 축산단체와 합의 없인 자조금 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축산단체에 보낸 공문.

이에 축산단체가 9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자조금개편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자 9월 17일 농식품부는 ‘축산자조금제도 개편방향’이라는 제목의 정부 공식문서를 통해 ‘축산단체 등과 합의가 되지 않은 이상은 추진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스스로 내놨던 제도 개편방안을 성과 없이 거둬들인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를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더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이전에도 중요한 논의가 있을 때 마다 ‘이후에 해소해 주겠다’고 했다가 담당공무원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일반 문서나 구두 약속 같은 비공식 입장이 아니라 공식 공문을 통해 입장을 받아야만 했던 상황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