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우리는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때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 중 하나가 밥과 관련된 표현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혹은 “밥은 먹었어?”, “밥 한 끼 하자” 등 상대방의 식사 여부를 안부로 묻곤 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안부지만, 이를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당황하며 왜 나에게 식사 여부를 묻는지 의아해 한다. 우리는 왜, 언제부터 안부를 물을 때 식사를 했는지 궁금해 했을까. 

아마도 과거에는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에 식사가 곧 생존과 직결돼 안부의 의미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심지어 국민 1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130여kg에 육박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식사의 여부를 궁금해 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궁금해 하는 게 안부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먹는 행위에서 양질의 먹거리를 통해 정신적·신체적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내가 먹는 식재료가 어떻게 재배되고 어떤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요리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등을 알게 해주는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생활교육지원센터는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 등을 홍보하는 ‘2023 식생활교육 박람회’를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박람회를 취재해보니 홍보 프로그램의 수와 구성은 지난해보다 더 확장됐다. 하지만 행사장의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해 행사에는 농식품부의 고위 관료부터 담당 과장, 유관기관 사장 등 많은 다양한 정부 인사들이 행사장에 방문해 식생활교육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지만, 올해는 담당 사무관만 방문해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행사에 참여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분위기가 내려앉은 건 아니었다. 정부가 내놓은 2024년도 식생활교육 예산안을 살펴보면 정부의 식생활교육에 대한 의지나 태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2023년도 식생활교육 관련 예산은 52억500만원이었다. 하지만 2024년도 예산안에 식생활교육 관련 예산은 31억7500만원으로 20억3000만원(39%) 삭감됐다. 특히 식생활교육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강화 예산은 24억4000만원에서 10억95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식생활교육이 왜 중요한지 가치를 확산하는 사업의 예산은 전액(6억4500만원) 삭감됐다. 

정부가 식생활교육 관련 정책을 펼칠 때 가장 중요한 게 가치 확산이다. 식생활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 내 식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면 식생활교육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건 2024년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산 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식생활교육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으면 한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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