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농협, kg당 1850원 확정
지난해보다 190원 떨어져
농가 “생산비 올랐는데” 당황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철원농협의 올해 벼 수매가격이 kg당 1850원으로, 40kg 조곡으로 환산하면 7만400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철원지역 농협들의 벼 수매가격도 속속 결정될 전망이다.

철원농협과 조합원들에 따르면 철원농협은 지난 19일 2023년산 벼 수매가격을 kg당 1850원에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철원농협의 벼 수매가격이 kg당 2040원인 것에 비해 190원이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농민들과 농협 측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농민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벼 수매가격이 떨어진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 21일엔 철원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앞에 농민들이 모여 수매가격 결정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철원지역의 한 농민은 “철원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오대’라는 단일 품종에다가 단위당 생산량도 많지 않은데 수매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면 내년 영농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농민들은 이번 수매가격이 정부가 제시하는 80kg 기준 쌀값 20만원이 넘기는 하지만 모든 생산비가 오른 상황에서 지난해에 비해 낮은 수매가격에 당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철원농협은 2022년산 벼 매입으로 발생한 적자규모가 너무 커 조합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철원농협이 2022년산 벼 매입으로 발생한 적자는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매가격에 비해 쌀값이 떨어져 올해도 이러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경우 조합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 따라서 연말에 결산을 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조합원들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철원농협의 벼 수매가격이 결정되면서 철원지역 농협의 수매가격도 속속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송농협은 9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수매가격을 논의했다. 농민들은 kg당 1870원을, 농협은 1850원을 제시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동송농협은 추석 전까지 벼 수매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철원농협은 22일 수매가격을 kg당 1850원으로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원지역의 벼 수매가격의 윤곽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는 곳이 경기도 이천과 여주다. 당장 이천지역 농협은 26일, 여주지역 농협은 27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농민들과 농협의 수매가격 결정에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한 지역 RPC 관계자는 “매년 이 시기면 곤혹스럽다. 특히 올해 수매가격 결정에선 농민과 농협의 이견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쌀값이 높아 농민들은 수매가격 기대가 클 것인데, 반대로 농협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적자가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수매가격 결정에 있어 농민과 농협의 갈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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