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고랭지채소 현장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물량 부족하거나 가격 오르면
계약농가 배추 출하하고
급락할 때는 산지폐기 제안

정부의 배추 비축물량 방출에 대해 배추 농가, 산지 유통인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가운데, 정부 비축이 필요할 경우 산지 농가와 계약재배 방식으로 배추 수급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여름배추가 부족하거나 가격이 폭등하면 계약 농가 배추를 출하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산지에서 폐기 하는 방법으로 수급 조절을 할 경우 공급 부족에 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일대를 둘러본 후 평창군 대관령원예농협 본점에서 ‘고랭지채소 주산지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박영구 농경연 엽근채소관측팀장이 ‘고랭지채소 수급 동향과 전망’, 고행서 대아청과 차장이 ‘배추 하차경매의 이해와 유의점’, 송일규 강원농협연합사업단 차장이 ‘농협강원연합 수급사업 현황 및 추진계획’에 대한 주제로 현안발표를 하고, 이어 농가·농협·김치업체 관계자 등과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자유토론에선 김시갑 강원도 무·배추 공동출하회 연합회장이 농가 입장에서 정부의 배추 비축물량 방출에 대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올해는 정부가 지난해와 같은 여름 배추 공급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봄배추 1만 톤을 비축했는데, 가격이 안정세에 있거나 하락기에도 기준 없이 비축 물량을 도매시장으로 방출하면서 농가·산지유통인 등 배추 출하자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여기에 ‘썩은 배추가 시장에 반입됐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방출한 비축물량 품질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시갑 회장은 “배추 같은 경우 김치 등으로 가공하면 발효식품이라 유통기한을 부여할 부분은 아니지만, 가공제품으로 만들기 이전 상황은 다르다”라며 “정부가 방출한 비축용 배추 가운데 식품으로 가공해서는 안 되는 배추도 출하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불량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문제가 됐던 때처럼 위생 문제가 불거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농가피해가 커진다”라며 “저장 농산물을 시장이나 가공공장에 출하할 때는 유통기한 적용 등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비축물량 방출로 인한 농가의 직접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져 도매시장 출하를 못한 밭의 배추는 가공공장에서 가져가고, 이 부분이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데, 올해는 싼 가격에 방출하는 정부 비축물량을 바라보는 공장이 많아 밭에 남은 배추를 공장에서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시갑 회장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배추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한 여름배추 수급 관리를 주문했다. 여름배추의 경우 기후, 태풍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큰 만큼 3000톤~4000톤 정도 비축은 농가도 동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산지 농가와 계약재배 형식으로 물량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시갑 회장은 “올해도 배추 물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는 농협을 통해 농가와 150ha정도 계약재배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정부 비축을 산지 농가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유도해 배추가격이 높아지면 출하하고, 폭락할 경우 산지 폐기하면 비싼 가격에 배추를 사서 1000원에 팔아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현장토론회에서 한두봉 농경연 원장은 “농경연에서는 앞으로 데이터에 기반 한 연구를 통해 국민과 농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라며 “항상 미래를 보는 눈을 갖고 선제적인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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