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구이로 먹는 우리와 식육문화 다르고
품질도 한우 좇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수출량 확대 대비 지속 모니터링을

얼마 전 중국에서 개최한 아시아 태평양 식육학회 발표를 겸해서 길림성과 내몽골 등 중국의 주요 축산업 현장을 보름 가까이 둘러보고 왔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이에 맞게 중국의 축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정도는 새로울 게 없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올해 세계 쇠고기 소비량이 전년대비 0.1% 증가한데 반해 중국은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돼지고기 소비량뿐만 아니라 대 중국 수입/수출 관련 지표들도 대부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 중국과 우리는 축산물의 무역이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수준으로 많지는 않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보면 가축별 수입 가능지역에서 중국은 열처리된 가금육만 가능하고 타 축종은 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되어있다. 따라서 중국 축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보여진다. 

소를 보면 연변조선족자치주에는 우리의 한우와 동일한 뿌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연변 황우가 있다. 연변지역은 고대로부터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이었고, 19세기 중반 선조들이 두만강을 건너 이주하던 시기부터 한우 또한 같이 넘어갔을 것이다. 연변 인근 농장에 가서 내가 직접 봐도 외견상으로는 우리의 한우와 거의 동일해 보였다. 다만, 연변 황우는 시멘탈, 샤로레 또는 홀스타인과 같은 유럽 도입종과 혼종이 많고, 한우와 같이 마블링 중심으로 개량이 되지 않은 상태라 구이용 풍미가 아직 한우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는 평가한다. 

우리의 경우 등급제와 소고기 산업이 한우 한 품종에 맞추어 집중적으로 성장한 반면, 중국은 품종도 60개 이상으로 다양하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이전부터 유럽 도입종과의 무분별한 혼종이 많아져서 사육 체계를 정리하기에는 시일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중국의 식육 문화가 우리의 구이 문화와는 확연히 달라 체계적인 소고기 등급판정 시스템도 없고, 부위별 소비와 유통 또한 우리의 그것에 이르지 못한다. 생고기를 구워 먹는 우리의 식문화와 달리 중국은 양념하고 조리해서 먹는 문화가 많기 때문에 선호 부위와 비선호 부위간의 편차가 우리보다 훨씬 적고, 부산물 소비도 우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적은 상태다. 중국 남부의 경우 고기를 숙성하는 문화도 많지 않은 상태인 만큼 당분간 우리와 소고기 시장에서 품질로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낮다고 판단된다. 

다만, 한반도 면적보다도 넓은 내몽골 초원을 소와 양들이 차지하고 있고, 소 1만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가 부지기수로 널렸으며, 사료의 자급자족 또한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유리한 편이다. 중국이 연변 황우를 마블링 중심으로 개량하고 마음 먹고 와규처럼 제3국을 우회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한우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 육류 수입국이면서 사료작물 수입량도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데, 소고기 수입량이 200만톤 이상으로 우리의 10배가 넘고 급격한 육류소비 증가로 인해 식육의 자급 비율은 감소하고 수입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의 동북 3성에서 재배되는 수 많은 옥수수 대부분은 사료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고, 옥수수와 대두 등 많은 물량을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이 전 세계로부터 식육과 사료작물의 수입을 늘리면 결국 사료값과 고기값은 점차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분명 우리에게 기회보다는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우의 정자와 수정란이 어디까지 외부로 나갔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여기저기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들려오고 있다. 언제까지 한우를 한반도 내에서 지킬 것인지, 와규처럼 의도치 않은 세계화로 가게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하나 다행한 것은 아직은 그래도 한우의 맛을 이길 수 있는 소고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품종은 물론이거니와 와규 조차도 깊은 풍미 만큼은 한우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한우와 유사한 혈통이 외부에도 있다면 그것은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이 우리와 같은 구이 문화가 확산 된다면 우리에게는 위기와 함께 기회도 같이 올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결국 맛과 품질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 중국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축산물의 품질도 중국이 빠르게 쫓아온다면 한우가 유리한 지위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중국과의 축산물 무역량이 많지 않지만, 중국의 축산업 현황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자료를 보면 주요 소고기 수입국이 10여개 국인데, 이 중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3개국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수출은 일본, 홍콩, 필리핀 등 10여개 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분명 우리의 수출과 수입선이 크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 중국의 소고기 수출량이 자국의 규모에 비해서는 많지 않지만,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중국의 소고기 수출 물량 또한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축산물 수출량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필요하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 호주와 달리 중국과 우리는 배를 이용해도 하루면 서로의 땅에 제품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이다. 가까운 이웃 중국 축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겠다. 

한우 사육두수가 400만두 이상도 국내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 내 예상과는 달리 300만두 이상에서 공급 과잉이 드러난 한우 산업의 규모를 고려할 때 한반도 내에서 한우를 지키는 전략으로 갈지 수출 품목으로 성장시킬지 그 유불리를 따져보고 여러 시나리오별로 대비하는 노력도 더욱 필요하겠다. 규모 면에서 우리를 압도하는 중국이 선점하겠다 나서면 그때는 늦을지도 모른다. 차별화를 통해 품질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거나 차라리 세계화를 추구하거나 고민이 깊어진다. 우리 정부와 축산업계가 중국 축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고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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