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2003년 9월 11일 WTO 각료회의가 열리던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농민을 죽인다(WTO kills farmer)’며 산화한 농민운동가 고(故) 이경해 열사의 20주기를 맞았다. WTO 출범 이후 국내 농산물시장 개방이 급물살을 타던 시기 이경해 열사는 일방적 농업희생에 반대하며 목숨으로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국내 농업정책은 개방의 폭을 넓히는 역행의 연속이다.

지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59개국과 22건을 체결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출범한 RCEP에 이어 IPEF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CPTPP도 가입을 신청할 예정이다. RCEP은 20년간 농업생산액 1531억원 감소가 예상될 만큼 피해가 크다. CPTPP는 농산물 관세 철폐율 96.4%로 위협적이다. 이들 메가FTA에서 위생·검역(SPS)이 완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신선과일과 축산물에 대해 병해충 및 질병을 이유로 수입을 원천 저지할 수 없게 된다.

현 정부도 주요 농축산물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증대, 연장하는 개방농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계란, 양파, 고등어 등 다양하다. 지난 7일에는 한·필리핀 FTA에 서명하고 국내 비준절차에 들어갔다. 바나나는 5년 관세철폐를 거쳐 개방할 예정이어서 국내 과일의 경쟁 과열과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안보가 강조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국내 자급기반 향상에 집중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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