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구 늘어나고 더 많은 식량 필요한데
지구에는 농경지도 자원도 충분치 않아
저무는 과잉생산시대, 대책 찾아야

2022년 11월, 유엔은 세계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1960년 30억 명과 비교해 2.7배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곡물생산은 4.5배나 증가했는데, 18세기 후반 맬서스의 위기론 전망과는 정반대로 식량생산 증가 속도가 인구증가 보다 훨씬 빠른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세계는 식량부족이 아니라 생산과잉 상태에 빠져있다. 1, 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의 식량공급까지 책임졌던 미국 농업은 엄청난 농경지를 개발하고 상업작물로 재배의 중심을 전환하면서 활황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극진한 농업 보조정책으로 농업 인프라 확충과 생산력 극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종전 이후 유럽의 농업생산력이 회복되고, 남미와 동유럽의 대규모 농경지가 개발됐으며, 녹색혁명으로 다수확 품종이 세계로 보급되면서 세계농업은 만성적 과잉생산 구조에 접어들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총량인 27억 톤을 80억 인구에게 나누어 준다고 가정하면 한 명에게 하루에 900그램씩 줄 수 있는데 이는 약 3000칼로리에 해당하는 양이다. 더욱이 여기서 27억 톤의 곡물에는 기름을 짜기 위한 대두, 해바라기유, 유채유 등 유지작물(오일시드)을 제외한 양이다. 곡물의 만성적인 과잉생산 구조는 축산사료와 바이오에너지 발전으로 이어졌다. 가격과 수급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한 해 생산하는 옥수수의 40%는 사람이, 30%는 가축이, 30%는 자동차가 소비한다.

지구촌 식량공급이 넘친다고 모두에게 식량이 충분히 분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절대적 기아는 아니지만 상대적 기아는 언제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상대적 기아인구는 2년 사이 5000만 명이나 급증했다. 누군가는 기아로 죽어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비만으로 고통 받는 중이다.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8억 명과 비만 질병인 2형 당뇨병 환자 5억 명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 2022년의 지구이다.

의문은 지금의 생산과잉이 미래에도 가능할 것이냐는 것이다. 2050년 100억 명으로 증가하는 지구 인구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60%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60%를 전부 생산증가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다. 지구에는 그럴 만한 농경지와 자원이 남아있지 않고 시간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대신에 여러 가지 방법을 다양하게 동원해야 한다. 국제정치가 나서서 식량배분의 불균형을 대폭 해소해야 할 것이고, 버려지는 농산물의 Re&Up 사이클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고도 부족한 식량은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기술의 몫이다.

진짜 문제는 식량이 정말로 부족해질 경우이다. 30년 전부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예측했던 거의 모든 일들은 빠지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평균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엘니뇨와 라니냐, 산불과 가뭄, 영구동토의 해빙, 원시 미생물의 유출 등 우려했던 모든 일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타임라인으로 실현 중이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두려움은 식량위기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지구촌 과잉생산 시대가 끝나고 식량이 정말로 부족해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거의 없다. 18세기 맬서스의 위기론이 그랬던 것처럼 과학이라는 이름의 전망이 다시 한 번 틀리기를 기대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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