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FTA 체결국과 거래 시
‘원산지 사전심사제’ 도입 여론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1년 관세 완전 철폐 이후 수입량이 급증한 페루산 녹두에 대해 원산지 검증이 진행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페루와 같은 남미 지역 자유무역협정 국가와의 농산물 거래 시에는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페루산 녹두 수입량은 2020년 133톤으로, 당시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의 6411톤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발효된 한·페루 FTA로 2021년부터 607.5%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2021년 한 해 동안 8561톤의 페루산 녹두가 국내로 들어와 단번에 녹두 수입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22년엔 수입량(5867톤)이 2700톤가량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도 7월까지 4935톤의 녹두가 페루에서 수입됐다.

그러나 페루의 녹두 생산량이 수출량 대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페루 인접 국가에서 밀반입한 녹두를 우리나라로 들여왔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2019년 페루의 녹두 생산량이 270톤을 밑돌았는데, 2021년 8500톤이 넘는 물량이 국내 수입된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국내 관세 당국도 이 같은 부분을 감안해 원산지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관세사를 회원으로 둔 ‘서울지방관세사회’는 지난 6일, 서울 본부세관 대강당에서 ‘1차 산품 남미 FTA 원산지 조사 현황과 과제’ 세미나를 열고, 농산물 등에 대한 원산지 조사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녹두는 원산지 조사 품목의 주요 사례로 꼽혔다.

서영주·이한진 대문관세법인 관세사는 ‘남미 FTA 1차 산품 수출입 및 원산지 조사 현황과 과제’ 발표를 통해 “한·페루 FTA로 2021년 녹두 관세가 완전 철폐됨에 따라 페루산 녹두 수입량은 2020년 133톤에서 2021년 8561톤으로 급증했다”며 “이런 경우 원산지 조사가 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업체에 대한 원산지 조사 결과, 원산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 협정관세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원래 납부해야 할 관세액의 차액과 가산세를 징수하게 된다.

이번 세미나에선 특히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 도입이 페루와 같은 남미 FTA 체결 국가와의 원산지 조사에서 고려해야 할 과제로 언급됐다.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는 FTA 협정관세 적용의 기초가 되는 사항으로, 원산지 결정 기준 충족 여부 등을 수입 전에 미리 심사해 줄 것을 관세청에 요청하는 제도다.

서영주·이한진 관세사는 세미나 발표 자료에서 “한·페루 FTA에서도 품목분류, 원산지 규정의 실행, 당사국이 합의하는 사안에 대해 원산지 사전심사 결정서 발급을 위한 절차를 도입하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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