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벼 수매가 결정 진통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지난 9월 6일 수확이 진행 중인 논에서 심창보(사진 오른쪽) 한농연강원도연합회장과 길경배(사진 가운데) 씨가 올해 수매가격 및 작황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9월 6일 수확이 진행 중인 논에서 심창보(사진 오른쪽) 한농연강원도연합회장과 길경배(사진 가운데) 씨가 올해 수매가격 및 작황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kg당 2040원 선
“최소한 동결” 농민 요구 반면
적자폭 큰 탓에 농협은 ‘난색’

올 작황 좋아 수확량 늘어도
농가 수매가 떨어질까 노심초사

지난해 9월 8일 수매가격을 결정했던 철원 지역이 올해는 수매가격 결정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지난해 수준의 수매가격을, 농협은 농민들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수매가격 결정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작년 철원의 동송농협 등은 수매가격을 kg당 204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농민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매가격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6일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만난 길경배(69) 씨는 “작년에 철원 지역의 수매가격이 비싸다고 봐야 하냐”고 되물은 뒤 “농민 입장에선 비싼 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길 씨는 그 이유를 농협과 계약방식을 들었다. 길 씨는 철원 지역이 받는 수매가격은 계약물량과 비계약물량, 이른바 수탁물량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농협이 계약물량과 수탁물량을 50%씩으로 나눠서 수매를 하게 되면 작년 기준 계약물량 수매가격은 2040원(제현율 81% 1등급 기준), 수탁물량 수매가격은 이보다 통상 300원이 낮은 수준에 결정된다. 따라서 농민들이 받는 수매가격은 평균적으로 kg당 1890원인 셈이다. 40kg 볏값을 기준으로 하면 7만5600원이고,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이보다 더 떨어진 수매가격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지금의 쌀값과 볏값을 보면 지난해 수준의 수매가격은 돼야 한다는 것.

그러나 철원 지역 농협들은 지난해 수준의 수매가격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의 적자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5일 열린 철원농협과 동송농협 이사회에선 수매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추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철원 지역의 한 조합장은 “(이사회에서) 수매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 조합원과 농협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다”며 “의견을 조율해 추후 이사회 등을 열어 수매가격을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협의 적자 등의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수매가격이 지난해 수준의 동결 또는 최소한의 인하를 요구하며 농협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현재 농민들이 개인적으로 2023년산 신곡을 판매하는 가격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매가격 협상에 나서고 있다.

길경배 씨는 “지난해는 작황이 워낙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작황이 좋아서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10% 정도는 늘어날 것 같아 위안이 된다”면서도 “그런데 농협에서 수매가격을 낮추려고 하니 기쁜 상황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철원 지역의 한 농민도 “농협에서 수매가격을 kg당 2000원 이하에서 결정한다면, 20kg 쌀값으로 환산해 겨우 20만원이 된다”며 “만약에 수매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 유지라는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심창보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장은 “생산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매가격은 뒤로 후퇴하는 것이 맞느냐. 물론 농협의 적자가 크고,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부담을 농민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1차산업 가운데 쌀산업이 무너지면 다른 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올해 수매가격이 최소한 지난해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이우정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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