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최근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등 유통가에서는 망고(애플망고)의 선물용 수요를 겨냥한 명절 선물세트를 대거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산 망고'와 '국내산 샤인머스켓' 등 수입과 국산을 조합한, 이른바 '명품', '프리미엄' 선물세트 구성도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모습이다. 한 수입업체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망고 선물세트들. 
최근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등 유통가에서는 망고(애플망고)의 선물용 수요를 겨냥한 명절 선물세트를 대거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산 망고'와 '국내산 샤인머스켓' 등 수입과 국산을 조합한, 이른바 '명품', '프리미엄' 선물세트 구성도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모습이다. 한 수입업체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망고 선물세트들. 

정부 추석 민생대책으로
연말까지 무관세 적용 계획

수요 한정적…물가안정 의문
“소비자 체감 어려울 것”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망고·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0%)를 연말까지 추진한다. 국산 햇과일이 가장 많이 출하·소비되는 추석 특수를 앞두고 올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국산 과일의 수급 상황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인데, 이 같은 기대 효과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계속된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조치가 매년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확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말까지 망고·파인애플 무관세 적용

정부는 추석 물가안정 방안 중 하나로, 8월 25일부터 12월 말까지 수입산 망고(애플망고)와 파인애플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0%로 낮춰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8월 말 확정·발표했다.

할당관세 적용 물량은 망고 1000톤, 파인애플 5000톤이다. 국산 과일의 수급 여건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냉해·우박·집중호우 등 올해 초부터 계속된 기상피해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국내 과일 산지 분위기는 냉랭하다. 올해 봄부터 이상기후 피해에 노심초사하며 기다려온 추석 대목을 앞두고 나온 수입 과일의 무관세 조치를 바라본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과수 생산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햇과일 수확을 앞둔 시점인데, 수입 과일에 무관세 혜택을 준다고 하니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산지 상황은 올해 이상기후 피해가 큰 데다 급등한 생산비 부담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가안정 정책 효과 의문

수입 과일(망고·파인애플)에 대한 할당관세 조치가 추석 물가안정에 기여할 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망고(애플망고)의 경우 가정소비보다 선물용 수요가 많은 데다 해외 산지의 공급 여건이 떨어지는 시기여서 추석 생활물가 안정대책으로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락시장의 수입과일 담당 경매사는 “이 시기는 국내 수요가 많은 주력 망고를 생산하는 해외 산지 공급량이 달릴 때다. 대만 애플망고가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고, 페루 애플망고는 11월부터 수입(공급)이 시작된다. 태국 망고도 1~4월 물량이 가장 많아 지금 비수기다. 연말까지 기간을 넓게 본다면,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일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추석 물가 대책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인애플의 수입 산지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파인애플은 필리핀에서 90% 이상 들어온다. 비교적 상시적으로 수입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최근 필리핀 작황이 좋지 않다. 폭염과 고온 등으로 품질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가락시장 경매사는 “파인애플은 영남 일부에서 제수용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수요가 제한돼 있다. 선물용 수요도 많지 않은 데다 가정소비 일부, 패밀리레스토랑 등 소비가 국한돼 있어 생활물가 안정 품목과는 더더욱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입업체 관계자는 “무관세로 들어온다면 도매가격 하락 효과는 일부 나타날 수 있지만, 소비자 가격 안정으로 연동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유통마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고, 편차도 생긴다”면서 “수입원가가 많이 올라 재작년과 지난해 수입사들도 어려움이 컸다. 지금 시점은 공급량이 받쳐주는 시기가 아니다보니 선물용 수요가 많다고 해도 당장 수입 물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년 연속 할당관세, 앞으로 계속될까

정부는 지난해 환율 상승 영향으로 수입 과일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는 판단에서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해당 조치는 지난해 추석 이후인 11월부터 연말까지 이뤄진 것으로, 바나나(4만4000톤)와 파인애플(8600톤), 망고(1200톤) 등 수입 과일에 붙던 30%의 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췄다.

지난해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은 11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까지 2년 연속 계속되면서 수입 과일의 할당관세 적용이 매년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과수 단체의 관계자는 “국내 과일 생산 여건은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기후 피해 등으로 수급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수입 과일의 입지가 넓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수급·가격 문제 발생 시 할당관세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의 근본적인 문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망고 수입량은 지난해 2만4000톤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미 8월까지 2만1000톤을 넘어 역대 최대 수입물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파인애플의 연간 수입량 규모는 6만~7만톤 정도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