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2013년 8월 전남 곡성에서 임업인을 만났을 때 그는 ‘산에 도로망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업인이 소득을 얻기 위해선 산을 향한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그 첫 번째 수단이 산 도로망, 즉 임도라는 생각이었다. 2023년 7월 경기 포천에서 만난 임업인도 지자체에 ‘산에 심은 산양삼을 수확하고, 판촉할 수 있게 임도 개설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산양삼밭까지 가려면 도유림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에 산양삼 관리 등 작업을 위한 길을 내달라는 부탁이다. 수년째 비탈진 산을 오르내리고 있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란다.

2013년에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도, 임업인의 바람은 같다. 임도. 이들에겐 꼭 필요한 시설인데, 여전히 부족하다. 도로 하나 놔달라는 생떼가 아닌, 먹고살기 위한 요구다. 요즘엔 이 ‘임도’가 화두다. 최근 극한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에서 임도가 이번 산사태의 주범이라고 지적한 데에서 시작됐다. 곧바로 한국임업인총연합회는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우리 임업인이 생업으로 살아가는 삶터와 정상적인 산림경영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측의 공방이 오가다, 최근 잦아들긴 했지만, 임업계 내부에선 ‘임도’란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신경이 날카롭다.

임업인에게 임도는 필수다. 산에 임산물을 재배하는 임업인에겐 산을 오르내릴 길이 필요하다. 이게 임도다. 한국임업인총연합회는 ‘농민들이 논밭을 경작하기 위해 농로를 이용해야 하듯’ 임업인에게 임업을 하기 위한 임도는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임도는 산림경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임도로 인력과 함께 임업기자재가 이동할 수 있어야 목재 생산이 수월해진다. 쉽게 말하면, 쓸 만한 나무를 키우는데도 임도가 필요하단 의미다. 나무로 집은 짓고 싶은데, 이 나무를 재배하기 위한 기반시설은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이런 주장엔 당연한 전제가 깔린다. 임도의 안전성이다. 전문가들은 임도 시공 단가를 높일 것을 주문한다. 임도는 산에 있는 도로다. 산은 일반 도로와 달리 토질이 다양하다. 정밀한 조사를 토대로 정확한 시공이 이뤄져야만 한다. 그러려면 예산이 수반된다. 하지만 시공단가가 낮으니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10년만에 임도 단가를 올리고, 내년도에도 상향 조정했는데,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 10년의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물론, 무분별한 임도 개설도 지양해야 한다. 산에 상처를 내는 일은 임업인도 탐탁지 않다.

지난 7월에 경기 포천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한 임업인과 함께 산을 올랐던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산에 그냥 길을 내달라는 건 아닙니다. 임업인이 임업활동을 할 수 있는 그 ‘길’을 만들어 달라는 거죠. 지금도 산에서 내려오다 다치고, 산양삼을 도둑맞아도 못 쫓아갑니다. 좀 헤아려 달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조영규 농업부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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