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일본이 8월 24일 오후 1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자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주말(26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야4당과 시민단체가 주최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범국민대회’가 열렸고, 오염수 방류를 환경 범죄로 규정하며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공방도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여당은 ‘오염수 괴담’을 퍼뜨린다며 야당을 공격하고, 야당은 ‘일본을 향해 아무런 말을 못 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치권의 입장은 선명하게 갈리지만, 정작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산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오염수 방류를 적극 반대하고 나서자니 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것 같고,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하자니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아무리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도 평생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이 향후 30~40년간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동의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문제도 더해진다. ‘오염수 방류 철회’에 손을 들면 야당 편에 선 것 같고,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말하면 정부·여당 편에 선 것 같다. 정치색이 덧씌워지며 한편에선 또 다른 언쟁과 마찰이 감지된다. 이렇다보니 수산업계가 공동으로 나설 수 있는 건 ‘수산물 소비 촉진 운동’이나 ‘우리 수산물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선언 정도다.

국내 수산업 피해 대책도 특별할 것이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염수 방류 당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 수산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나가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부 대책은 방사능 검사와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고, 수산물 소비 촉진 및 수매·비축 예산을 늘리는 게 전부다. 여기엔 ‘방사능 오염으로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오염수에 대한 불안 심리로 수산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니 직접적인 피해 지원은 어렵다’는 정부 기조가 깔려있을 것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국내 수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과학적 안전성 논란을 떠나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수십 년 동안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은 인류 역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말을 아무리 강조해도 바다를 지켜온 어업인과 수산업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다. 어쩌면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가 아니라 ‘국민들 기억에서 잊힐 때까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일본이 엎지른 원전 오염수에 우리나라 어업인들과 수산업계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국사회부 김관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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