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산지 쌀값이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 5월 통계청 발표 이후 8월 15일 발표까지 모두 열 차례가 올랐다. 지난해 같은 시기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연도를 최근 5년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월부터 8월까지 쌀값은 보합 또는 소폭 하락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올해 쌀값이 상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지난해 정부가 유례없는 물량을 산지에서 거둬들인 점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크게 꺾였던 쌀값은 올해 초까지 만해도 좀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쌀값의 반격이 시작됐다. 볏값이 들썩이면서 쌀값도 조금씩 살아난 것이다. 이후 반등의 조정기를 거친 후 7월부터 본격 오르기 시작한 쌀값(비추정 평균가격)은 8월 15일 20kg 정곡 기준 4만8591원을 기록했다. 단순 평균가격을 적용하면 80kg 기준 19만6100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내세운 수확기 쌀값 20만원 달성이 사실상 무난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예측이다.

일각에선 최근 정부가 산물벼 5만톤 내외를 시장에 방출한다고 발표하자 산지 쌀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오름세를 탄 쌀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정부가 방출하는 산물벼 가격 때문이다. 산물벼 가격은 40kg 1등급 기준 6만7280원이고, 특등은 6만9530원이다.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이 도정을 거쳐 원가로만 쌀을 판매해도 특등 기준 4만8000원대다. 여기에 가공비 등이 포함되면 5만원이 넘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가격은 RPC들이 올해 초에 있었던 저가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수확기 정부가 유례없는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저가미 방출로 꼽혔다. RPC들 각자의 경영상태, 쌀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이 원인이었겠지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그 때와 사정이 다르다. 시기의 늦고 빠름의 차이는 있었지만 현장 요구에 정부가 부응했던 점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RPC들의 자구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저가미 방출을 자제하는 동시에 쌀 판매와 소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RPC가 쌀산업의 기간산업임은 분명하지만 쌀값을 후퇴시키는 주범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해야 한다.

김영민 농업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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