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언제까지 모른척 외면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본국으로 추방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개인업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낼 것인가

ㅣ윤요왕 전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 착수보고회 자문회의에 다녀왔다. 초기 연구과제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조사’였으나 기획단계에서 ‘인구유입확대를 위한 이주노동자 생활실태 조사’로 바뀌었다. 이주노동자를 ‘강원도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생활 전반에 대한 처우와 여건의 문제로 확대되어 더 좋은 질적 조사·연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냥 좋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지방의 인구감소 문제를 이주노동자로 풀어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씁쓸한 마음도 들었고 혹여나 이주노동자가 몇 명 전입했는지 숫자로 카운트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공장도 농업도 멈춰지는 현실 그리고, 그들의 처우나 최소한의 노동권, 인권보장 측면에서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가 있는데 인구증가책으로 건너뛰는 건 아닌지 불안감마저 들었다. 절대적 인구감소와 더불어 힘든 노동일을 하지 않는 우리의 현주소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점점 확산되어 이제는 너무나 당연시된 미등록 이주민(불법체류자)의 문제나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통계를 보니 산업현장의 부족 인원은 2010년 20만명에서 2022년 64.2만명으로 증가했고(고용노동부, 2022년 6월) 특히 농림어업 증가율이 132.4%로 최고였다. 또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강원특별자치도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수는 6425명으로 전국 자자체 최다 규모였다. 물론 이러한 통계에서 도시산업현장이든 농촌이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실태는 아마 짐작컨대 정확히 알수 없을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등록 이주노동자나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농촌의 이주노동자의 고용(?)과 실태에 대해 농촌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니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아무 준비도 안되어 있음을 절실히 알게되었다. 왜 관광비자, 계절근로자로 들어왔다가 불법인줄 알면서도 미등록 이주민으로 이탈하게 되는지 관계부처와 기관은 잘 알 것이다. 더불어, 그로인해 받게 되는 불합리한 처우와 사고, 임신, 교육 등 수많은 문제해결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 할 것이다.

또한, 이제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래를 위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로서 바라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게 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이 들게 했다. 언제까지 모른척 외면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본국으로 추방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개인업자들에게 벌금 부과하는 것으로 끝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방 어느 농촌마을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이 늘면서 마을의 초등학교 학생수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과반을 넘는 경우가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단순히 인원과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입학했을 때 학습에 문제가 되며 아이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나 임신을 했을 때  보험도 안돼 많은 병원비의 부담과 강제출국이 두려워 제때 병원진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이주노동자 또 그 자녀와 가족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우리시대의 현주소라고 한다면 이주노동자를 기존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단기, 장기로 우리지역에 머무르고 노동하고 정주하는 ‘지역주민’으로 받아들여야 하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각종 행정서비스와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조사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며 미등록 이주민들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참여했던 기관의 연구조사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환대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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