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국내 대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매주 금요일 오전, 한 주간의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조사해 발표한다. 지역·연령·직업별로 조사 분석이 이뤄지는 이 여론조사는 기자들에겐 매주 배달되는 반가운 소식이다. 보통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굵직한 수사 발표나 언론 브리핑 등이 잘 열리지 않기에 대통령과 여야의 지지율 추이는 좋은 기사 소스가 되고 정치권도 이에 따라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 전문 기자들에게만은 예외다. 농·임·어업은 직업군 중 유일하게 조사 결과가 제공되지 않아서다. 소위 선거판에서 말하는 ‘쪽수(사람 수의 속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갤럽에선 응답자 1001명 중 부류별 50명 미만은 조사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데, 농·임·어업군은 조사 인원이 50명의 절반도 안 되는 24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이 농·임·어업군 중에서도 축산 농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5%(103만5000여 농가 중 4만3000여 농가)가 채 안 되니 축산 농가 여론은 수치화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그런지 축산 농가는 늘 외면 대상이다. 악성 민원과 각종 행정 규제에 발목 잡히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농가가 생겨도, 7년째 돼지 입식을 못 하는 농가가 나와도, 축사를 유해시설로 규정해 현장에서 쫓겨나야 하는 농가들이 있어도 축산 농가들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다. 대체식품과 배양육 육성, 가축 사육면적 제한, 방역 규제 강화 등 정부 정책에서도 축산은 뒷전이다. 

하지만 이 쪽수가 안 되는 축산 농가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농업생산액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3.7% 증가한 25조 5080억원으로 농업 전체 생산액의 43.5%를 차지한다. 축산업이 소멸돼 가는 지역사회를 지탱하며 농촌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축산물 소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돼지고기 소비량은 2000년 1인당 16.5kg에서 2010년 19.3kg, 2020년 26.8kg으로 급증했고, 앞으로도 소비력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얼마 되지 않은 인원으로 대한민국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으니 축산 농가에 지탄이 아닌 격려와 찬사가 먼저 나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오로지 국익·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건데, 이 국익·국민에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축산업과 축산 농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현재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현장의 축산 농심은 상당히 싸늘하다. 이젠 소외당하는 축산 농가를 대통령과 정부가 보듬어야 한다. 식량 안보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기에 국민 주식이 된 축산업을 보듬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며, 이게 국익과 국민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김경욱 축산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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