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대전공판장’을 가다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협 대전공판장의 중도매인이 온라인식자재몰을 통해 주문된 농산물을 배송하기 위해 수량과 품목을 점검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 도매시장 공판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도입했다. 기존 오프라인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이 분산 기능을 담당했던 것에 더해 온라인으로 분산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농협의 공판장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 식자재몰인 ‘온라인식자재몰’ 사업을 탄생시킨 것. 온라인식자재몰은 2021년 농협 가락공판장을 시작으로 현재 총 7호점을 열었다. 이 가운데 농협 대전공판장(이하 대전공판장)은 지방도매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중도매인과 농협의 온라인식자재몰 사업을 공유하고 확장시키는 모델로 꼽힌다.

“중도매인이라는 파트너가 있어 저희도 온라인 사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농협공판장과 중도매인이 상생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훈 농협 대전공판장 부사장

“처음엔 온라인 주문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입소문도 나고 거래 업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틈새시장이 분명히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관 농업회사법인 풍년푸드 대표

대전공판장은 서울 가락공판장에 이어 지난해 2월 온라인식자재몰을 열었다. 지방도매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이후 부산·반여·북대구·구리 등의 지방도매시장으로 확대됐다.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도착’3만원 이상 구매 땐 무료 배송

농협의 온라인식자재몰은 중도매인이 농산물과 가격을 온라인식자재몰에 등록하면 구매자들이 필요한 농산물을 주문·결제한 후 이 결과가 중도매인에게 전달된다. 이후 중도매인들은 구매 품목과 수량을 확인하고,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식자재몰의 장점은 구매자가 도매시장을 찾지 않고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주문상품을 간편하게 배송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전공판장의 온라인식자재몰 이용 지역은 대전 전 지역과 세종까지다. 구매금액이 3만원 이상이면 무료로 배송해 준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을 없을까?

대전공판장 중도매인인 정성관 풍년푸드 대표는 “공산품과 달리 온라인으로 농산물을 배송하는 업체들이 지방엔 거의 없다. 시간적 할애를 많이 할 수 없는 외식업소들의 거래처가 많다”며 “그래서 단점이라면 배송 동선이 길고, 거리가 멀다는 점인데,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물류비도 절감되고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 중도매인 참여로 품질 높이고 가격 유지“인력·배송차량 세심한 지원을”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대전공판장이 온라인식자재몰 사업을 지방도매시장 최초로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도매인과의 상생이라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농협경제지주에서 이 사업을 구상하던 시기에 대전공판장이 중도매인들과 같이 사업을 해 보자는 뜻을 모았다는 후문도 있다. 그만큼 대전공판장은 도매법인의 수집 기능과 중도매인의 분산 기능을 확장해 보자는 공생의 의지가 강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대전공판장의 온라인식자재몰 사업에 참여하는 중도매인은 취급 품목이 세분화돼 있고, 각 품목별로 전문 중도매인이 운영한다. 그래서 공급하는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가격도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농협 대전공판장의 올해 8월 18일까지 온라인식자재몰 매출액은 6억6000여만원이다. 가입 회원 수는 677건으로, 일일 주문 건수도 약 50건이다.

이철 농협 대전공판장 과장은 “(온라인식자재몰을) 시작할 수 있었고,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중도매인들이 사업을 공감하고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중도매인들이 없었으면 사실 못 했을 것이다. 특히 품목별 전문 중도매인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품질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사업의 공을 중도매인들에게 돌렸다. 이에 정성관 대표는 “인건비나 기초적인 비용은 상승하는 반면 유통마진은 점차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제안해 참여를 했다”며 “앞으로 물량이나 거래처가 더 늘어나면 인력이나 배송 차량 등도 더 필요할 것인데, 이러한 부분들을 농협에서 세심하게 살펴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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