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골프장 확장공사 추진하면서
저수지 위에 저류지 ‘불법증축’
허가 규모보다 3.7배나 키워

가뭄에 저수율 급격히 하락
마을 주민들 항의 이어지자
‘상생 협약’으로 봉합 모양새

지자체·농어촌공사 안일 대처
골프장에 농업용수 공급하고
농민은 골프장서 물 구걸하나

나주시 한 마을이 저수지 위에 새로 생긴 골프장 저류지로 인해 가뭄에 골프장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7월 언론에는 나주에 위치한 한 골프장이 인접 마을과 상생협약을 체결, 저수지 저수율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골프장 물을 공급해 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내용만 보면 훈훈한 골프장과 인접 마을의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사건의 발단은 나주시가 2022년 2월 다도면에 위치한 36홀 규모 골프장인 해피니스CC의 9홀 확장에 대한 개발행위를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골프장은 확장공사를 하면서 마을 뒤쪽으로 이어진 임도를 막아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했고, 인근 14ha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봉산제 100m 위에 저류지가 위치하면서 저수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마을 주민의 항의가 이어지자 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 골프장과 봉산제 저수율이 낮아질 경우 저류지의 용수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에 골프장 저류지 수위가 40% 이하로 낮아지면 용수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됐고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5월 주민들은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주시에 해피니스 골프장이 저류지를 불법 증축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 골프장 측은 면적 7630㎡·깊이 3m·최대용량 1만8015㎥ 규모로 허가를 받았던 저류지 규모를 면적 1만1026㎡·깊이 9m·최대용량 6만6964㎥로 3.7배 키웠다.

이에 나주시는 운영법인과 대표이사를 경찰에 고발하고, 골프장에 저류지 원상회복을 명령했다. 또 골프장 측에서 납입한 대체임도 조성 사업비를 투입해 1.4km 구간 임도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주시의 이같은 조치와 함께 골프장이 마을과 상생 협약을 체결하면서 사건은 봉합이 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면의 내용을 살펴보면 관계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나주시의 저류지 허가 관련 문제. 나주시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인근에 저류지를 허가하면서 관련기관인 농어촌공사와의 협의를 누락했다.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지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것. 농어촌공사는 올해 초 주민들의 항의에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에 항의하고 용수공급을 위한 협약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기별로 실시하는 안전 점검에 매번 B등급을 줘놓고, 1년 동안 공사가 진행 중인지 몰랐다는 답변은 실질적 안전 점검이 시행됐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두 번째는 해피니스 골프장이 농어촌공사로부터 연평균 4만8000톤의 농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 해피니스 골프장이 농어촌공사로부터 받은 농업용수는 5만6000톤, 공교롭게도 골프장이 불법 증축한 저류지의 최대용량(6만6964톤)에 근접한 수치다. 더구나 해피니스 골프장은 농어촌공사가 전남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6개 골프장 중 유일하게 담수호가 아닌 지류에서 농어촌공사 양수장을 통해 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피니스 골프장은 농어촌공사가 공급한 농업용수를 내부 저류지에 저장해 필요할 때 용수를 사용하고, 마을 저수지에 물이 마르면 그 물을 공급한다며 선심성 협약을 체결한 셈이다. 나주시와 농어촌공사의 안일한 대처에 농민들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면 골프장에 농업용수를 부탁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 7월 상생 협약과 관련한 한 보도에서 해피니스 골프장 대표이사는 “처음에는 골프장에 쓸 물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농사가 생업인 주민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말에 주민은 “농촌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항상 피해만 주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함께 상생하고 협력하는 의미를 알게 됐다”고 인터뷰 했다.

농어촌공사로부터 농업용수를 공급받아 골프장을 운영하는 운영주와 그 골프장이 물을 공급해줘서 고맙다는 농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구걸해야 하는 우리나라 농업의 씁쓸한 현실이다.

나주=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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