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친환경 농업계가 ‘친환경농어업법’ 개정 필요성을 두고 시끄럽다. 한편에선 농약 검출 유무를 중요시 하는 현행 인증제를 과정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란 의견이지만, 한편에선 소비자 인식과 배치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 요구에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안'·'시행규칙' 개선안 추진됐지만개정안 발의는 미지수

최근 ‘친환경농어업법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친환경 농업계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정훈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19명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었던 해당 개정안은 농가가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친환경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돼도 인증 취소를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뿌리지 않은 농약 검출로 친환경 유기인증을 박탈당하는 억울한 사례를 방지하고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인증기관은 인증사업자(농민, 유기식품 취급 업체)의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주체에서 배제 △인증기관이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를 알게 된 경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고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친환경 농업계는 현행 친환경 유기인증제가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정치권과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해 왔다. 여기에 발맞춰 정치권이 법률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시행규칙 개정안은 친환경농산물에 잔류농약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0.001ppm 이하)을 미국과 같이 일반 농산물 농약잔류허용기준(MRL) 대비 1/20까지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개정안 발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법률 개정 필요성에 대해 친환경 농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크게 의견은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쪽과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 논의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찬성 “과정 중심 인증제 위해선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안 반드시 발의돼야”

우선 법 개정이 필수란 쪽은 친환경농어업법이 개정돼야 과정 중심의 인증제가 된단 입장이다. 농약 검출 여부가 아닌, 농가가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했느냐가 인증 취소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증 박탈 등의 행정처분도 민간업체인 인증기관이 수행하는 것은 부적합하므로 이를 행정기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개정을 촉구하는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친환경농산물에는 농약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일반 농산물 MRL의 1/20까지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고친다고 하지만, 이는 양적인 완화일 뿐 여전히 결과 중심의 인증제임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결과 중심 인증제로 인해 친환경 농업인은 뿌리지도 않은 농약이 검출될까 항상 두려움에 떨어왔던 만큼, 친환경농어업법을 선진국처럼 재배를 어떻게 했느냐를 보는 과정 중심으로 하자는 것이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법률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친환경농산물 잔류농약 검출기준은 EU, 영국, 일본의 경우 별도 기준이 없고 미국은 일반 농산물 대비 1/20, 독일은 0.01ppm, 이탈리아는 현재 국내 기준(0.001ppm)과 같은 불검출로 규정돼 있다. 

 

신중론 “소비자 불신 등 우려법령 세부적으로 다듬고 발의해야 문제 없어”

또 다른 쪽에서는 법안 개정에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신중론을 주장하는 한 관계자는 “개정안대로 하면 농가가 농약을 살포해 놓고 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때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만약 이 같은 거짓 주장이 밝혀지면 선량한 친환경 농가를 비롯해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현재 개정안대로 진행될 경우 합성농약 사용금지만을 특정함에 따라 유기농업의 환경보전 가치가 축소돼 전달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인증기관의 행정처분 기능을 박탈하면 인증 남발 등의 우려가 있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해당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연내 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 법령을 세부적으로 다듬어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법체계를 감정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며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는 데 찬성을 하지만, 만약에 법을 바꾸고서 문제가 발생하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법률을 건드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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