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수확기를 맞은 7월 말 충남 부여군 은산면의 한 고추밭으로 잇단 비 영향 등으로 병충해에 걸린 고추들이 눈에 띈다.
수확기를 맞은 7월 말 충남 부여군 은산면의 한 고추밭으로 잇단 비 영향 등으로 병충해에 걸린 고추들이 눈에 띈다.

출하 시작…전년비 30% 높은값
생산량은 최근 5년간 최저 전망
단수 감소보다 재배면적 줄어

경북 안동 등 건고추 주산지에서 이달 들어 본격 출하되고 있는 햇건고추의 초반 시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고추 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은 7월 31일부터 올해산 햇고추 경매를 시작했는데, 좋은 시세 흐름이 8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다. 태풍 ‘카눈’의 영향권이 미치기 직전인 8월 9일 평균 단가(600g 기준)는 화건 하우스 손꼭무 1만4916원, 노지 손꼭무 1만4373원, 꼭무 1만3867원, 꼭지가 달린 화건은 1만1802원으로 경매 첫날인 7월 31일 시세보다도 소폭 올랐다. ‘꼭무’는 꼭지를 제거한 것이고, ‘손꼭무’는 꼭지와 꽃받침을 모두 제거한 것을 말한다.

아직 초반이지만, 시세 흐름은 전년 대비 30% 올라 강세를 띠고 있다. 조연수 서안동농협공판장 경매사는 “태풍 영향을 받은 10~11일을 제외한 출하 초반 상황을 보면, 건고추 출하물량은 전년과 비슷한 편이고 홍고추는 출하물량이 전년 대비 20% 많은 것 같다”면서 “건고추 가격은 근(600g)당 전년보다 2000~3000원 정도 올라 산지 농가 분위기는 괜찮은 상황이며, 출하 움직임이 앞으로 점차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8월 햇건고추 가격(화건 상품, 600g)을 전년(1만2750원) 및 평년(1만3980원) 대비 상승한 1만4500원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올해산 고추 재배면적 감소에 따라 생산량이 평년보다 많게는 15% 하락한 6만톤 내외일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올해 생산량 전망치는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추 생산량은 2018년 7만1500톤, 2019년 7만8400톤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6만톤으로 급감했다. 이어 2021년에는 크게 증가한 9만2700톤이 생산됐고, 2022년에는 6만9000톤 내외를 기록했다. 2020년은 50일 이상 지속된 장마 영향으로 고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농작물 생육이 큰 문제로 떠올랐던 해였는데, 올해 생산량이 이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노호영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올해산 건고추 생산량은 전년보다 적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단수 감소보다는 재배면적이 줄어든 측면 때문이 더 크다”면서 “여기에 태풍 ‘카눈’이 지나면서 병해충 등이 확산될 수 있어 현장 조사를 진행해 단수 영향을 파악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고온가뭄이 워낙 심해 단수가 좋지 않았는데, 올해 단수가 지난해보다 더 감소할지 그렇지 않은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지 시세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연수 경매사는 “출하물량은 농가별 편차가 크다. 작황이 좋다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작년의 절반밖에 물량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고, 추석 전후로 김장 및 식당 등 국내산 고추 수요가 있기 때문에 9월까지는 현재 시세 흐름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TRQ(저율관세할당) 물량(3000톤)이 관건이다. 현재 도입계획 3000톤 중 1900톤이 배정된 상황인데, 어느 시점에 얼마나 시장에 풀릴지, 국내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가 증량 가능성 등이 산지 시세에 영향을 미칠 대목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추진되지 않았던 고추 TRQ가 진행된다는 점에 대해 산지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TRQ 물량이 3000톤으로 많지 않은 데다 외국산 시장과 국내산 시장의 유통이 각각 분리돼 있어 향후 국내산 건고추 시세 흐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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