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소식에 농민들은 또 가슴을 졸이며 밤잠을 설쳤다. 올해 농업 현장은 봄철 냉해 피해부터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에 복구작업 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말은 하지만, 나날이 지쳐가고 있는 농민들의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정부와 언론의 대응이다.

폭염과 폭우의 반복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식탁물가 비상’에 대한 보도는 이상기후만큼이나 농민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를 핑계로 언론이 호들갑을 떨면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시 무분별한 수입, 비축물량 방출 등에 나설 것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장마 등의 원인으로 산지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가락시장 배춧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락내리락 했다. 7월 5일 5934원이었던 배추 10kg 한망의 평균 가격은 다음날인 6일 두 배 가량 상승한 1만165원으로 올랐다가, 7일 다시 4403원으로 내려앉았다. 15일엔 1만4811원으로 올랐고, 17일 다시 4326원으로 급락했다. 정부는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가격이 급락한 시점에서도 방출물량을 풀어 배춧값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에 태풍까지 겹치는 상황 속에서 좋은 작황을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수입과 비축물량 방출을 일삼는 등으로 농가의 희생만을 강요한다. 정부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각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제대로 자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농민들의 생계는 아랑곳없이 국민들에게 수입농산물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이상한 형국이다.

소비자 물가 안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 급등락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없다면, 결국 지속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청년이 귀농을 하겠다고 농촌에 들어올 것인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농가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농가경영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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