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김대현

[한국농어민신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김대현

딸기의 달콤함과 파인애플의 새콤함, 바나나의 고소함을 동시에 지닌 과일이 있다. 바로 키위다. 키위는 생김새가 뉴질랜드 국조(國鳥)인 키위 새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키위 열매는 독특한 맛과 모양으로도 특별하지만, 각종 영양소의 밀도가 높아 과일의 제왕으로 불린다. 1개만 먹어도 성인의 하루 비타민 C 권장섭취량을 충족할 수 있다. 

사과, 배의 재배 역사가 수천 년에 달하는 것과 달리, 키위는 상품화된 지 10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904년 뉴질랜드의 한 선교사가 중국 후베이성에서 종자를 도입해 정원수로 이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키위는 우리나라에서 2021년 기준 1,322ha, 2,560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전남이, 생산량은 제주지역이 가장 많다. 농촌진흥청은 자체적으로 24품종의 국산 키위를 육성·보급하면서 키위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든 키위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단맛이 높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소비정보 분석 결과, 소비자들은 키위를 구매할 때 브랜드나 과일 크기, 영양성분보다 단맛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대 들어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스위트골드’와 ‘감황’은 모두 익은 뒤 당도가 18~20브릭스(Brix)에 달하는 고당도 골드키위 품종이다. 두 품종의 보급으로 국내 육성 키위 품종의 보급률은 현재 3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세계 키위 시장을 사로잡은 제스프리(Zespri)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계약 생산되고 있다. 계약 농가에게는 생산·유통·판매까지 시스템화 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산업 측면에서 보면 매년 일정 금액의 로열티가 지출되고 있다.

반면 우리 품종은 제스프리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품질을 갖추고 있으면서 로열티가 없어 농가의 부담이 적다. 최근에는 주산지별로 재배 단지가 조성되며 농협과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유통·판매의 어려움도 점차 해소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에서는 ‘감황’에 대한 도내 통합 브랜드를 만들어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고, ‘스위트골드’는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의 주도하에 국내 시장과 더불어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 중이다.

국산 키위 품종이 최고의 자리를 갖기 위해서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꾸준히 해소해 나가야 한다. 생산부터 수확, 유통, 판매, 수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도록 연구개발 성과를 패키지화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은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역별 품종연구회,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과 함께 ‘골드키위 협력단’을 구성했다. 협력단은 품질 고급화, 후숙과 유통방안, 수출 상품화 방안 등 국산 키위 생산·유통 체계를 확립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키위는 1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재배 역사를 가진 과일이고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는 이제 막 40년을 지나고 있다. 반세기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농촌진흥청에서는 24품종을 개발해 국산화에 주력했고 소비자 인식 개선에도 힘을 보태왔다. 이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시점이다. 생산자들이 더 편하게 더 좋은 과실을 생산할 수 있게 하며 소비자들은 더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우리 품종의 높은 잠재력을 가치 있게 만들고, 가능성을 경쟁력으로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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