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단지 ‘퇴은뜰’ 편입 논란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화포천 전경. 치수를 위해 환경부는 (구)한림배수펌프장에 더해 2004년 (신)한림배수펌프장을 추가로 설치하고 2009년 반달뜰 하도화 작업을 마쳤다. 현재 서부뜰도 하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퇴은뜰에는 저류지를 구축한단 계획이다. 하지만 농업계에선 환경부의 과잉 대응으로 친환경 단지가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화포천 전경. 치수를 위해 환경부는 (구)한림배수펌프장에 더해 2004년 (신)한림배수펌프장을 추가로 설치하고 2009년 반달뜰 하도화 작업을 마쳤다. 현재 서부뜰도 하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퇴은뜰에는 저류지를 구축한단 계획이다. 하지만 농업계에선 환경부의 과잉 대응으로 친환경 단지가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경부 호우피해 예방대책으로
농식품부에 농지전용 협의 요청

친환경농업 위축 우려 고조
배수펌프장 보강 등 검토 주문

환경부가 폭우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경남 김해 화포천 인근에 저류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농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을 저류지로 조성하면 대규모 친환경 농업단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곳을 친환경 집적단지로 지정해 친환경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었지만, 환경부는 저류지 조성 계획을 내놓는 등 부처 간 정책 엇박자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최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농림축산식품부에 경상남도 김해시 한림면 일원에 대한 농지전용 협의를 요청했다. 농지로 돼 있는 ‘퇴은뜰(퇴은농장)’을 하천구역으로 편입, 저류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저류지는 집중호우시 빗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하천의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는 시설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호우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홍수 시 화포천은 본류인 낙동강과 수위 차가 크지 않아, 폭우가 내릴 경우 배수문을 폐쇄하고 배수펌프장에 의존해 빗물을 낙동강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이로 인해 유사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저류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퇴은뜰에 저류지를 조성하면 대규모 친환경 농업단지가 소멸된다는 점이다. 퇴은뜰은 친환경 쌀 등을 재배 중인 농경지로 2023년 친환경 집적지구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봉하마을이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반 농지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등 친환경 집적화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퇴은뜰(82ha) 가운데 37.65ha 부지가 친환경 농경지로 등록돼 있다.

친환경 단체는 환경부의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친환경 농업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환경부가 저류지 조성을 추진하면서도 해당 지역 농업인들로부터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김주성 영농조합법인 봉하마을 대표는 “환경부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저류지 조성과 관련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다고 하는데, 퇴은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은 모르는 이야기”라며 홍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화포천이 범람해 홍수 피해가 난 사례는 1개의 배수펌프장으로만 치수를 하던 1979년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에도 태풍으로 인해 홍수가 발생한 바 있지만, 당시엔 정전으로 1개뿐인 배수펌프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농식품부와 환경부의 공통된 답변이다. 현재는 화포천 인근에 배수펌프장 2개소(신·구 한림배수펌프장)와 반달뜰에 구축된 습지(하도화)가 있으며 추가로 서부뜰에 하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도 친환경 농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에 공감하고 환경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퇴은뜰의 절반만 저류지로 활용하거나, 배수펌프장을 추가로 구축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방법으로도 홍수 예방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한 농식품부 농지과 과장은 “최근 비 피해가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폭우피해 예방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도 “환경부가 준비해 온 설계안을 보면 수리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저류지 조성 말고도 다른 방법이 많은 만큼 이를 검토해 달라는 게 우리 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봉하마을 대표를 역임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김해 을) 국회의원도 친환경 농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저류지 조성 반대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환경부는 농지 보상에다 친환경 농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저류지가 조성되면 향후 농업인에게 임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종원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2과 과장은 “현행법상 농지가 하천유역으로 편입되면 관행 농사는 불가능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은 가능하다”며 “보상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업인들이 농사를 희망하면 저류지를 임대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류지는 농사를 짓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협의인 만큼 저류지 조성만이 답이라고 할 게 아니라 농업인들과 농식품부의 입장도 고려하면 접점을 만드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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