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올해는 고사하고 내년 농사는 어찌해야할지 앞날이 막막합니다. 힘들게 농사지어 생산비에 인건비까지 주고나면 생활비를 건지기는커녕 손해나 안나면 다행이죠.”

기름값, 자재비 등 천정부지로 오른 생산비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농민들에게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말이다. 여기에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까지 심각해 농민들의 형편은 어느 때보다 절망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전년대비 26.8% 감소했다. 이는 2012년(913만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다. 일년 내 땀 흘려 지은 농사의 댓가가 고작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농산물값은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매도되고, 정부는 이에 발맞춰 농산물 수입량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매번 내놓는다. 단적으로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은 결국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 과 생산기반을 약화시켜 양파 농가들의 몰락만 앞당기는 일이 될 수 있음에도 수년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농가들의 경영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힘든 시기를 간신히 버텨온 중소 농가들은 지금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2년새 축산 농가들을 비롯한 전업농들의 폐업이 급증한 것도 수년째 거듭된 경영악화에 따른 ‘어쩔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농업농촌 기반이 무너지는건 시간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농촌인구를 늘릴 계획으로 야심차게 청년농업인 육성을 대표 농업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육박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은 하루 8시간, 주 5일만 근무해도 연봉 2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이런 현실 가운데 1년 연봉이 1000만원이 채 안되는 농촌에 올 청년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힘겹게 농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농가들을 먼저 돌볼 일이다. 열심히 농사만 지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청년들은 억지로 등 떠밀지 않아도 내려온다. 겉으로는 농업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농업을 홀대하고, 농사를 지어서는 살기 어려운 현실을 만들어놓고 청년농업인 유입을 독려하는 모순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구정민 전북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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