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사료용 밀·옥수수 대체 용이
식용 옥수수 우회 도입 가능
정부 수급 점검, 대비 나서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를 선언했지만 국제 곡물가격은 물론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단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흑해를 통해 세계로 공급하기 위해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다. 2022년 7월 체결된 이 협정은 이후 세 차례 연장이 됐지만 러시아는 지난 7월 17일 연장 거부를 발표했다.

이로써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혀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이 우려되기도 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톤당 200달러 후반대 수준이었던 밀 가격은 전쟁 발발 등으로 500달러에 진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흑해곡물협정 중단이 곡물수급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가 국제 곡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수출경로 다변화 등으로 협정 미연장에 대비해 왔다는 것. 여기에 세계 주요 곡물수급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농경연 관측센터는 2023~2024년 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가 전년 대비 0.4% 증가, 같은 기간 세계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는 7.6%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흑해 지역 국가에서 주로 수입하는 곡물이 식용은 옥수수, 사료용은 밀과 옥수수인데 이중 사료용은 특정 원산지에 구애받지 않아 비교적 대체가 용이하다는 측면도 수급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식용 옥수수는 흑해 지역 국가의 의존도가 높기는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식용 옥수수 수입량 절반 이상이 우회 수출경로를 통해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수입이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경연은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식용 옥수수의 경우 공급 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과 관련한 국제 곡물 수급상황을 점검하면서, 협정 중단이 국내 수급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로는 흑해협정을 통한 수입물량이 올해는 없고,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제분용 밀은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전쟁 상황에서도 제분업체 등 민간과 힘을 합쳐 국내 밀가루 가격을 안정시켰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위기 재발 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경연은 곡물 수입단가 지수가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경연은 국제곡물 관측을 통해 올해 3~4분기 곡물 수입단가 지수는 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용 곡물은 전 분기 대비 11.4%, 사료용 곡물은 전 분기 대비 6.3%의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 이러한 예상의 이유로는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한 시기에 구입한 물량이 앞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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