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지난해 11월 ‘취소 처분’ 모르고
농가, 지난 6월 병해충 관리에 사용
4일 만에 잎 마르고 낙과 등 피해
업체와 마찰로 소송 준비 중
“농관원 공시, 정확한 전달 필요”


지난 6월 전남 고흥의 한 농가가 병해충 관리용 유기농 자재를 사용했다가 낙과 피해를 입어 해당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1월 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으로부터 공시취소 행정처분을 받은 제품으로 드러났다. 회수·폐기 됐어야할 제품이 농가에서 사용된 것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고흥에서 레드향을 재배하고 있는 농업인 A씨는 지난 6월 12일 병해충 예방을 위해 지난해 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한 제품을 사용했다. 방제 후 4일이 지나자 보급 제품을 사용한 곳에서 낙과와 함께 나뭇잎이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A씨는 해당 업체에 연락했고, 세 차례 현장에 방문한 담당자는 “방제 시 타회사 제품인 칼슘제와 견착제 등을 합성해 사용했고, 한낮에 방제해 회사에서는 보상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씨는 최대 2억원의 피해를 주장하며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지금 상태는 평년의 20%도 수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제품 성분분석 의뢰 등을 통해 피해 보상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A씨가 사용한 제품은 농관원이 인증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성분분석에서 주성분 함량 미달로 지난해 11월 유기농 자재 공시취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해당 제품이 지난해 농관원으로부터 공시취소 및 회수·폐기 행정처분을 받았는데 그런 문제를 알았다면 제품을 사용했겠냐”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제품 유통을 담당한 업체는 이번 일과 관련해 “원료 공급 업체에서 사후 조치를 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고, 원료 공급 업체 대표는 “대상 제품은 회수 후 보관하고 있으며, 제품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왜 폐기하냐”면서 “품관원 직원이 몇 번 왔다 갔다 했으니, 그쪽에 물어보라”면서 화를 냈다.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자는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폐기 이행 계획서를 농관원에 보고하고, 수거가 완료되면 농관원에서 폐기 현장을 확인토록 돼 있다. 그러나 행정처분 제품에 대해 지자체나 농업인에게 별도로 고지하는 시스템은 없어 사후 처리를 업체에게만 맡겨 놓은 꼴이다.

현재 해당 제품의 유통을 담당했던 업체는 문제가 된 제품을 비슷한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 원료 공급 업체도 온라인을 통해 해당 제품을 제외한 3개 제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농관원의 공시 처분 내용이 기관과 농업인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라며 “또한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제품 관리 미흡 업체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기준 마련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광주=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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