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7월 27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마늘적재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가들은 “농식품부는 앞서 발표한 마늘 수급대책에 따라 마늘 생산비 보장을 위한 정부 비축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마늘생산자협회 제공

총 1만 톤 이내 추진
수매단가 낮아 농가 반발
“정부가 수매비축 나서야”

마늘 농가의 수매비축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 차원의 마늘 수매비축이 아니라 농협을 통한 ‘추가 수매 및 출하연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 매입가격 조차 생산자단체가 제시한 1kg 45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농협 계약재배 수매 단가 이하에서 결정하도록 설정해 농가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가 추진 중인 ‘2023년산 마늘 농협 추가 수매 및 출하연기 사업’에 따르면 정부가 농협을 통해 수매하는 물량은 총 1만 톤 이내로, 사업 참여 농협별로 최소 50톤 이상 매입 신청을 하도록 했다. 이 물량은 12월 31일까지 농협 창고에 봉인해야하고, 출하는 2024년 1월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창고 봉인 기간 중이라도 품위 저하가 발생하면 농협 원예수급부 승인 후 판매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별도의 출하 시기·방법을 요구할 경우엔 반드시 이를 이행해야 한다.

농협을 통한 추가 수매 품종은 난지형(대서종·남도종), 1등급(상품)이며, 매입 단가는 농협에서 자체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계획에 ‘계약재배 수매단가 이하’라는 문구와 함께 ‘계약재배 수탁사업 농협은 수매단가 결정 시 관내 매취사업 농협 수매가 이하나 경남 산지공판 경락가 수준’에서 단가를 책정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아 실제로는 농협에서 자체 결정할 수 없도록 제한을 뒀다.

여기에 ‘5.5cm 이상 3100원/kg’, ‘6cm 이상 3300원/kg’이라는 매입단가 예시를 넣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각 농협이 매입 보관한 마늘을 내년 1월 이후 판매할 때 손실이 발생할 경우 kg당 최대 500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마늘 농협 추가 수매 및 출하연기 사업 신청을 8월 4일까지 진행하고, 8월 7일 물량배정 후 15일까지 수매 및 창고 봉인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이 농가가 요청하고 정부가 약속했던 방식과는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7월 1일, 2023년산 마늘 첫 공판 이후 산지 시세가 줄곧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소속 농가들을 중심으로 생산비(1kg, 3059원)를 보장할 수 있는 수급대책 수립을 정부에 요구했고 농식품부는 5일, 2023년산 마늘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마늘 수급 관리 방안으로 저품위 마늘을 우선 정리한 뒤, 산지 시세를 보면서 7월 중순 이후 정부 수매비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 수매 시에는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시한다는 문구도 명시했다.

하지만 저품위 마늘 정리에도 공판장 평균 시세는 반등 없이 줄곧 2800원(1kg)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다. 7월 27일 기준, 전국 마늘 공판장 평균 가격은 2794원. 이에 마늘생산자협회 차원에서 농식품부에 조속한 수매비축 시행을 요청했으나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농식품부가 내놓은 것이 농협을 통한 추가 수매 및 출하연기 사업이다.

농가 입장에선 정부가 마늘 수매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추가 수매 가격 결정 방식이다. 생산비에, 영농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 비용으로 생산자단체가 농식품부에 제시해 온 수매가격이 4500원인데, 이는 농식품부가 단서조항을 달아 농협별로 결정하게 한 매입 단가와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이런 방식으론 추가 수매가 의미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지난 7월 27일에도 세종시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마늘 적재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마늘 시세가 생산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 빨리 햇마늘 수매비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마늘생산자협회도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김경수 마늘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농협의 계약재배 매취사업 단가가 3200원~3700원 수준인데, 실제 추가 수매에 참여하는 농협별 매입단가는 농식품부가 사업계획에 예시한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계약재배 매취사업 최고 가격 수준인 3700원을 적용한다 해도 이는 농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마늘 계약재배 수탁사업을 하고 있는 농협에서 추가 수매 단가를 경남 산지 공판장 경락가격 수준으로 결정하는 지역 농가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공판장에 마늘을 내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다.

김경수 사무총장은 “일단 각 지역 농가들에게 농협의 수매 가격 책정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협회 차원의 향후 대응 방향은 빠른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마늘 추가 수매 사업에 대해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수매비축을 하는 것이나 농협을 통하는 것이나 결과는 비슷한데 과정이 다를 뿐”이라며 “추가 수매 단가가 생산자단체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현재 시장 가격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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