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제5회 ‘지방소멸 대응 전문가 간담회’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제 발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국회입법조사처 ‘지방소멸 대응연구 TF’이 지난 20일 개최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방소멸론과 농촌정책’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지방소멸 대응연구 TF’이 지난 20일 개최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방소멸론과 농촌정책’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지금같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에서 농촌지역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출생률을 높이고 전입인구를 늘리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적은 인구를 가지고도 교육·의료·문화 등의 경제적·사회적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적응전략’을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 ‘지방소멸 대응연구 TF’이 지난 20일 개최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지방소멸론과 농촌정책’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인구 회복이 아니라 농촌 지역사회 활력 제고에 정책 목표를 두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저출산·초고령화 추세 되돌리기 어렵다

사실 초고령화나 인구감소 문제는 농촌에서는 오래된 담론이다. 김정섭 박사는 “적어도 20년 이상 계속될 불치의 만성질환”으로 비유했다. 하지만 그 복잡한 현실에 비해 정책 처방전은 너무 간단하다는 게 김 박사의 문제의식이다.

인구를 유입하고 출생률을 높여서 저출생·초고령화 추세 자체를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여전히 제출되는 대응책들은 하나같이 출생률 제고와 전입인구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방소멸론’ 논의가 농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보다, 자칫 “어차피 인구가 줄어서 가망이 없는 지역은 포기하자”는 ‘선택과 집중’ 논리의 알리바이가 되거나, 한국사회에 흔한 ‘쏠림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농촌은 우리 사회가 곧 직면할 미래

일찌감치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농촌에서 '인구 감소'는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섭 박사는 그 경로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시장실패.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상권의 붕괴로 음식점, 이미용실, 세탁소, 약국, 상점, 학원 등 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생활 서비스가 사라진다.

둘째, 정부실패. 국민 누구에게나 형평성 있게 제공되어야 할 교육, 공공의료, 장기요양, 소방, 치안 등의 공공서비스가 ‘재정 효율성’ 주장에 밀려 축소된다.

셋째, 공동체의 실패. 농촌의 대표적인 공동체였던 가족이나 마을내 구성원들 간의 호혜적 관계는 이제 명맥 유지도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이같은 농촌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곧 직면할 미래이기도 하다는 게 김 박사의 진단이다.

 

농촌 현장서 시도되고 있는 자생적 실천 주목

김정섭 박사는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먼저 경험한 농촌 지역사회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곧 직면할 미래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작고 연약한 실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먼저 경험한 농촌 지역사회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곧 직면할 미래다. 김정섭 박사는 이러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농촌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작고 연약한 실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섭 박사는 이러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농촌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작고 연약한 실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구 2000명 아래로 쪼그라든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사회적 협동조합 ‘동락점빵’ △농사 규모가 작아 기존의 농산물 판로에 접근하기 어려운 농민들이 설립한 경북 상주의 로컬푸드협동조합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쓰레기 재활용처리장 사업을 군청으로 위탁받아 운영하는 전남 해남군의 지역자활센터 △턱없이 부족한 의료서비스 접근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의료사회적협동조합 등이 그것이다.

김 박사는 “저출생·초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농촌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자구책들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진 규칙, 관행, 제도, 정책사업 시행지침 등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적응’에 필요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래된 관행-정책사업 지침 등 혁신적으로 바꿔야

먼저 농촌 주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활동을 주민 스스로 펼치도록 장려하고, 그것이 겉보기에 ‘상업적 활동’이라 하더라도 공공 부문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과 공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자리에서 혁신적인 적응 전략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보조금 사업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활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김 박사는 “정부 재정은 토목이나 건축사업에는 관대하고,인건비성, 경상비성 지출에는 한없이 인색하다”면서 “우리도 일본처럼 보조금 정책이 아니라 보조인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간 성장사회와 과밀도시를 전제로 한 ‘정부 재정투입 기준’을 저밀도 사회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단위 금액당 수혜자수’라는 지표 개념은 학생 수가 적은 농촌학교의 폐교를,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에서의 보건의료 인력 및 재정투입 감축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 ‘지방소멸 대응연구 TF’가 지방소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5월 26일부터 진행 중인 연속 전문가 간담회는 앞으로 2회에 걸쳐 더 실시될 예정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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