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육체적 실감이 나는 작가로 불려 
미군 부대 있는 군산 하제의
600년된 팽나무 지키기 운동 실천

강형철. 시인이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주요 직책을 맡았었다. 그가 쓴 ‘임종’을 보자. 한 사람이 삶을 마감하는 장면을 돌돌 말아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임종
이승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것도/ 다시는 숨을 쉬지 않는 것도/ 다 보이셨다/ 손가락이 어떻게 파래지는지/ 멎은 숨이 가슴을 어떻게 잠재우는지/ 몸에 드나드는 공기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가르칠 것 다 가르치시고/ 카시미롱 얇은 이불 덮고/ 편하게 누우신/ 어머니


몸에 드나드는 공기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는 것은 이승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존재의 다른 차원을 추상 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슴을 잠재우고서야 숨이 멈춘다는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고향을 떠나는 모습을 ‘출향’에 담았다.

출향

치매 앓는 어머니/ 집 떠나네/ 구부러진 허리 펴지 못하고/ 비척비척 걸으며/ 딸네 집 인천으로 떠나네/ 백구란 놈 두 발 모아 뜀뛰며/ 마당을 긁고/ 어머니 세멘 브로크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 백구야 백구야/ (중략) 담벼락의 모래 몇 개/ 이러시면 안 되잖냐며/ 무너져 내리네

어머니의 출향을 썼지만 정작 그는 귀향했다. 2020년 숭의여대 교수 정년 때까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군산으로 귀향해서 서울로 출⸱퇴근했다.

가장 가벼운 웃음(강형철. 봄날의산책. 2023. 4 15,000원)
가장 가벼운 웃음(강형철. 봄날의산책. 2023. 4 15,000원)

그는 1985년 『창작과 비평』의 비정기 간행물인 <민중시 2집>에 ‘해망동 일기’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문학운동 혹은 지식인 운동의 전위에 있었다. 이영진 시인은 이 시집 <가장 가벼운 웃음>을 ‘어둠을 지우는 야트막한 웃음소리’라고 표현하면서 강형철을 육체적 실감이 나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의 생애와 작품 모두에서 실천과 행동이 수반되어 있다는 말이다. 실존의 곤혹과 딜레마를 견디게 하는 미세한 힘이 웃음이며 끝내 버릴 수도 사라질 수도 없는 대지의 여백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강형철은 실제 그러하다. 올해 광주 5월 문학제에서 만난 그의 모습이 대지의 여백을 닮아 있었다.

‘선양동에 뜨는 해’를 보자.

선양동 너머/ 군산 너머/ 한 많은 전라도 넘어/ 외세가 제멋대로 그어 놓은 철조망 휴전선 넘어/ 참된 사람들의 진정한 세상

을 이루러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 시인은 이 다짐을 바로 실천했다. 미군 부대가 있는 군산 하제의 600년 된 팽나무 지키기 운동이다. 그 누구와의 싸움도 싫어하고 사람 사이의 갈등을 조정에 자신 있다는 그는 참된 사람들의 진정한 세상인 평화를 지키는 시를 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우리는 ‘가상현실’에 살고 있다

메타휴먼(디팩 초프라. 김윤종 옮김. 불광출판사. 2020. 9 20,000원)
메타휴먼(디팩 초프라. 김윤종 옮김. 불광출판사. 2020. 9 20,000원)

<메타휴먼>은 우리가 ‘가상현실’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상현실은 약물이든 전기적 자극이든 또는 우연히든 상(이미지)을 창조한다. 상이 입체라고 해서 그것이 실제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뇌가 창조한 것이든 전자 장치가 창조한 가상의 상이든 똑같이 3차원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평면으로 본다. 2차원의 평면 인식을 뇌에서 다각도로 조립하면서 3차원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인이 실제를 이미지로 전환(형상화)해서 쓰면 시가 된다.

‘나’라는 것은 저장된 과거 기억으로부터 상(이미지)을 뽑아 만든 것이라고 저자 디팩초프라는 주장한다. 오래된 경험들로 뭉쳐진 이 몸이라는 골동품은 마치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 메타휴먼 즉, 초월적 인간은 늘 경외심과 경이로움이 마음에 있다. 그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뛰어넘는다. 자신을 유한하고 국소적인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다.

저자 디팩 초프라는 인도 사람이다. 하버드대 의학부를 졸업한 의사다. 1부 메타현실의 비밀

2부 깨어남 3부 메타휴먼으로 존재하기로 구성된 책의 마지막에 우리나라 생협운동의 효시인 한살림을 연상시키는 ‘한 생명’이라는 장을 두었다. 부록으로는 서른 한가지 메타휴먼 과정을 두어서 따라 하기 쉽게 해 놨다. ‘정신세계사’ 출판사의 전문 번역가인 내 절친 이균형이 내게 준 선물이다.

명확·간결한 그리스도인의 이상

준주성범(토마스 아 켐피스. 윤을수 옮김. 가톨릭출판사. 2020. 10 15,000원)
준주성범(토마스 아 켐피스. 윤을수 옮김. 가톨릭출판사. 2020. 10 15,000원)

<준주성범>은 15세기 독일 수도자 토마스 아 켐피스가 썼다. 그리스도인의 이상을 가장 명확하고 간결하게 나타낸 영성 지도서라고 평가받아 왔다. 이 책은 일반 신자와 수도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범들을 제시한다.

내가 보기에 이 규범들은 메타휴먼으로 가는 사다리다. 시인의 의식 확장과 인간 해방의 길목이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는 우리는 영적으로 나태해지기 쉽다. <준주성범>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와 그분 안에서 사는 법을 온화한 스승처럼 자분자분 알려 준다.

주님의 말씀 : 아들(딸)아. 너는 아직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구나.

제자의 말 : 주님, 왜 그러합니까?

주님의 말씀 : 네가 작은 역경을 당해도 하던 걸 멈추고 금세 위로를 찾는 데만 열중하기 때문이다. 용감하게 사랑하게 되면, 시련에도 굳게 선다. 원수의 간교한 꾐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네가 체험하는 모든 것은 천국의 즐거움을 미리 맛보는 것임을 잊지 말라.

272쪽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은 이렇다. “네가 나를 멀리 떠나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도 나는 네 곁에 아주 가까이 있다. 네가 모든 일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실은 큰 공로를 세울 기회다. 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그 어려움에 몰두하여 희망이 없는 것처럼 근심 걱정에 싸여 있지 말아야 한다.”

8순의 이병호(빈첸시오) 주교님과 지난달에 무주 성당에서 하루를 같이 지냈다. 주교님이 성직자가 되기로 작정하게 된 책이 이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시인이 되고 메타휴먼이 되는 규범집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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