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제주시 조천읍 일대 백향과와 레드향 시설하우스 진출입 농로가 흙과 큰 바위 등으로 막혀있다.

흙·바위 쌓아 차량 출입 불가
시설하우스 농작물 관리 못하고
당장 백향과 출하도 막혀 ‘답답’


제주 도로 44.4%가 사유지
재산권 행사시 갈등 해결 난감


“수 십 년 농사를 짓는데 문제 없이 통행한 길을 재산권 행사를 이유로 막아서니 농사일도, 출하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전적 피해도 크지만 이 땅에서 앞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 정말 답답한 심정입니다.”

상속·매매 등으로 농로 등 비법정 도로를 소유한 토지주의 재산권 행사 및 도로 폐쇄가 이어지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법적·행정적 해결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농가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백향과(패션프루츠) 3305㎡(1000여평), 레드향 3305㎡(1000여평)의 시설하우스를 경영하는 A(59)씨는 지난 5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최근 지적도상 농로가 포함된 농지를 구매한 B씨가 백향과 시설하우스 출입 농로에 흙과 큰 바위를 쌓아 길을 막아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농로 폐쇄를 항의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며, 행정과 경찰에서도 현재까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수 십 년 전부터 여기서 농사를 지어왔고, 지적도상에 도로로 돼 있는 길”이라며 “최근 땅을 산 B씨가 왜 자신의 땅으로 다니느냐며 길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일째 길이 막히면서 시설하우스 내 농작물 관리도 못하고, 백향과도 당장 출하해야 하는 데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합의가 안 돼 농로를 쓰지 못하면 연간 1억2000여만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며 “폐쇄 농로 주변으로 참깨, 노지감귤 등을 재배하는 5필지의 농지도 길이 막혀 주변 농가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당장 금전적 피해도 피해지만, 농로 폐쇄로 이 시설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돼 더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 1960~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무보상 원칙하에 이뤄진 도로 확·포장 지역이다.

당시 마을 발전과 주민 편의 도모 차원에서 토지주들이 땅 일부는 내놓아 도로를 개설 했지만, 도로 편입 근거 서류 미비 등으로 등기부등본상 현재까지 개인 소유 토지로 남아 있어 재산권 행사 및 도로 폐쇄 등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 지적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지역 내 도로는 20만3928필지·9026만9170.8㎡에 이른다. 이 중 국공유지는 대략 55.6%, 개인 및 법인 소유 사유지는 44.4%로 집계되고 있다.도는 사유지 내 비법정 도로로 인한 갈등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비법정도로에 대한 지적공부 정리 사업을 추진, 지난해 말까지 2278필지에 대한 변경을 진행했다.

도 관계자는 “새마을사업으로 무보상 공공용 도로가 설치됐지만 지적도나 토지대장 상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토지소유권 변경, 경계측량 등으로 재산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지적공부 정리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법정 도로에 대한 갈등은 사적 영역이라 현재 법적·행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우선 토지주간 합의가 우선”이라며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제정한 맹지 대상 농기계 경작로 설치 조례 조건에 부합할 경우 주변 토지주간 협의로 기부채납 형태의 도로 개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