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지구가 병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탄소 배출을 절감하기 위한 산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농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농업이다. 친환경 농업은 안전성은 물론 생물다양성을 확대하고 토양의 산성화를 막아 환경보존에 기여하는 농법이다. 이를 통해 농가는 다른 농산물과 ‘차별화’에 성공하는가 하면 유통가는 ‘가치소비’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에선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와 지구를 살리는 농부의 노력을 미래세대에 알리고 있다. 


#유기농 바나나 강승훈 대표
친환경 인증으로 경쟁력 ‘쑥’탄소중립 기여 자부심도 높아

가치소비 찾는 젊은 소비층 늘며
지난해 거둔 매출액 8억 달해
부산물로 화학비료 대신하고
닭 풀어 해충 제거 ‘경영비 절감’
친환경 시작한 것 100% 만족

경상남도 산청에서 유기농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는 강승훈(38) 올바나나 대표는 친환경 농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 농가다. 부모님과 함께 파프리카 농사를 짓던 중 대체작목을 찾아 2017년 친환경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파프리카 재배농가는 증가하고 기후위기에 따라 경영비는 상승해 대체작목을 고민하던 차에 떠오른 게 바나나”라며 “FTA 등 시장 개방으로 국내 바나나 농가가 싹 사라진 상황에서 친환경 유기인증을 받은 바나나를 재배하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전에 나서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한 법. 강 대표는 처음 하는 바나나 농사였기에 신중을 기했다. 이에 한 때 바나나 농사가 성행했던 제주도로 넘어갔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스승으로 모시는 분을 만났다.

그는 “수소문을 해서 바나나 농사를 지었던 분을 찾았더니 제주도에서 품종 개량을 한 ‘캐번디시 종’을 재배하라고 했다”며 “다른 종보다 키가 좀 크다는 게 단점이지만 수확량이 많고 맛, 내병성 등이 뛰어나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면 반드시 이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비닐하우스도 보다 높은 6m 로 짓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뛰어든 유기농 바나나 농사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3500평에서 시작한 무농약 바나나를 이듬해 첫 수확했고, 이를 판매한 금전으로 재배면적을 7000평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이어 3년간의 ‘무농약’ 재배기간을 거쳐 2020년 바나나 품목으로는 ‘국내 최초’이자 현재도 ‘유일’한 친환경 바나나 농가가 됐다. 

강 대표는 “수입산 바나나는 종류가 다양한데다 공급량도 많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고선 국내산으로 수입산을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게 통했다”며 “바나나는 안주, 요리, 운동식, 대체식 등 다양하게 소비돼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 1~3위를 자랑하는 만큼 유기농 바나나에 대한 수요도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나나에서 떨어지는 이파리와 껍질 등 부산물로 화학비료를 대신하고 닭을 풀어 해충을 제거해 경영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친환경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단 점도 큰 도움이 됐다. ‘안전성’뿐만 아니라 ‘가치소비’를 하고자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기농 바나나를 1년에 140~150톤 수확하고 있는 그가 2022년 한 해에 거둔 매출은 8억원.

주요 판로는 오프라인이며 이마트와 농협의 하나로마트, 생협의 자연드림 등으로 납품이 이뤄진다. 또 온라인으로도 일부 물량이 판매되는데, 젊은 여성과 어린 자녀를 키우는 곳이 전체 판매 비중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강 대표는 “기후 위기 등으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는 젊은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유기 농산물을 구매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국내산 유기농 바나나는 희소성이 더해져 인기가 많고 재구매율도 상당하다”며 “수입산 유기농 바나나는 통관 과정에서 방부처리가 이뤄지다 보니 100% 유기농이라고 보기 힘든데, 약 냄새가 난다든지 먹으면 속이 아프다는 분들이 주로 안전성을 이유로 우리 바나나를 찾는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업을 하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자연스레 친환경 농사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미래를 꿈꾼다. 강 대표는 “소비자분들이 최고다, 맛있다고 구매 후기를 남기거나 친환경 농사를 해줘서 고맙다는 전화 응원을 받을 때면 언제나 힘이 되고 보람차다”며 “친환경 바나나 농사를 지으면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친환경 농사를 시작한 것을 100% 만족하고 있으며 향후 열대 과일 등으로 친환경 농사를 확대해 소득은 물론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배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연주의’ 브랜드 운영하는 이마트
가치소비 문화 확산 앞장농가 소득 향상 보탬

친환경 유기인증 농산물 취급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 목표
판매 확대·유통비용 절감 기여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농산물은 유통가에도 매력적인 농산물입니다.”

강 대표의 유기농 바나나를 이마트로 입점한 소지희 이마트 채소팀바이어 과장은 ‘가치소비’ 문화 확산으로 친환경 농산물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트는 자제 브랜드 ‘자연주의’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친환경 유기인증을 받은 유기농, 무농약, 저탄소 농산물을 취급한다. 

소 과장은 “기존의 친환경 농산물이 어린아이를 가진 30대 소비자의 전유물이었다면 현재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주요 소비층인 20~40대 고객들은 탄소를 절감하고 건강한 환경을 위해 본인의 신념에 따라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마트는 친환경 농산물을 확대 취급하기 위해 2022년 농산물 유통 전문 센터인 ‘후레쉬센터’에 친환경 취급자 인증을 취득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하고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친환경 농가의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 연중 저장, 판매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지의 친환경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찾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은 양파, 감자, 고구마, 단호박 등 저장 가능한 품목. 

소 과장은 “후레쉬센터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고 유통 시 발생했던 중간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에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농가는 판매확대는 물론 중간 유통에 소요됐던 패키징 등의 비용이 사라져 소득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담당자로서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친환경 농업이 커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보였다. 그는 “업무를 하며 농민들을 만날 때마다 재배도 어려운 친환경 농산물을 신념을 가지고 기르는 모습을 보면 감동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시장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 나와 환경을 위해서 친환경 농산물 소비는 필수라고 느껴지는 만큼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유기농데이·생물다양성 대회’ 통해 친환경 농업 알린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6월 12일 전남 담양의 창평초등학교 학생들과 진행한 친환경 텃논밭 조성사업.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6월 12일 전남 담양의 창평초등학교 학생들과 진행한 친환경 텃논밭 조성사업. 

친환경 농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해 6월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기농데이’를 개최했으며 6월 17일 경기도 연천에서는 ‘제3회 전국 생물다양성 대회’로 시민들에게 친환경 농업의 가치를 전달했다. 

유기농데이는 유기농과 발음이 비슷한 6월 2일을 기념하는 행사로, ‘친환경 청년농부 파머스 마켓’과 친환경 농사를 체험해 보는 ‘친환경 땅땅땅 고추모종체험’ 등이 펼쳐져 시민의 호응을 끌었다. 제3회 전국 생물다양성 대회를 통해선 소멸해가는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를 지켜나가자는 실천 서약식과 논생물 논둑식물 관찰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향후 소비 주역이 될 미래세대에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전국 10개소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텃논밭 조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2일에는 전남 담양의 창평초등학교 학생들과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논농사 체험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이날 체험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참여한 창평초등학교 주혜련 교무부장은 "아이들이 농촌에 살면서도 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잘 몰랐는데 이 사업을 통해 쌀만큼은 어떤 과정으로 재배되는지, 유기농사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됐다"며 "이 자연에서 살기 위해선 탄소 중립이 중요한데, 텃밭 농사 사업으로 아이들이 농업에 대해 이해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어 교육자의 입장으로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하반기에도 친환경 농업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이 일환으로 9월 8일부터 9일까지 전남 해남군 우슬경기장에서 한국친환경농업인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친환경 농업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농업의 가치를 시민들에게도 알릴 계획이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토양을 살려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는 등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며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편하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올해는 공영홈쇼핑과의 협업을 통해 10회 이상 제철 농산물 판촉전을 진행하는 만큼 ‘지구를 지키는 농부’를 위해 친환경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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