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올해만 11만톤 반입 전망 속
국산 생산량은 전년비 증가

산지가격은 떨어뜨렸지만
소비자가격 연동은 ‘감감’
물가안정 효과도 없이
국내 생산기반 위협 가속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양파 TRQ(저율관세할당) 수입 확대가 올 하반기 9만톤 증량 운용 계획 발표로 더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KATI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 1~5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신선양파 수입 물량은 약 4만톤으로, 지난 한 해 수입량(7만톤)의 절반을 넘어섰다. 급증 추세는 지난해 하반기 TRQ 운용 방침과 맞물려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7월 1669톤, 8월 5878톤으로 조금씩 늘다가 9월부터 1만2465톤, 10월 1만2956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11월 1만8913톤, 12월 1만8310톤 등 한 달간 2만톤에 육박하는 수입 물량이 들어오는 양상이다. 올해 1월에도 TRQ 물량 1만7910톤이 이미 수입된 상황으로, 정부가 밝힌 올 하반기 TRQ 9만톤 운용 계획을 모두 채울 경우 TRQ 물량만 올 한 해 11만톤가량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입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양파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산 양파 산지 가격은 1톤당 400달러선으로, 관세 50%가 적용될 경우 국내 도착가격은 1㎏당 800~900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초순 가락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양파(1㎏ 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1300원대로, 수입산에 비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밀리는 상황이어서 양파 생산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양파 생산량은 재배농가 감소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해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해 120만톤 정도 될 전망”이라며 “TRQ 수입 확대는 불안정한 국내 생산 기반을 더 흔드는 정책일 뿐이다. 물가안정 명분의 TRQ 수입 추진이라면, 소비자가격도 연동돼 떨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산지 가격만 떨어지고 있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실효성을 보지 못하는 TRQ 수입 확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생산자들은 11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RQ 수입 방침 철회를 촉구하며, 21일까지 TRQ 수입의 부당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양파 수입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10일 성명을 내고 양파 수입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올해 정부의 양파 수급 정책은 모두 양파 산지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으로서 거의 매달 나왔는데, 지난 1월에는 저율관세할당을 통해 양파 2만톤을 수입했으며, 3~4월에는 WTO 수입 신선양파 긴급 구매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약 2500여톤을 수입했고, 또 양파 성출하기인 5월에도 양파 2만톤 수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물가를 잡는다는 이유로 수입을 늘려나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농민들이 버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양파를 수입하고 농가 수취가를 묶어 낮춘다고 해도 소비자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의 문제가 농민들이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닌 만큼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하고, 가격이 내리면 폐기하는 정책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라면서 “양파 가격 폭락과 급등은 정부의 수급 조절 실패가 그 원인인 만큼 최소한 생산비는 보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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