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부터 21일까지 권역별로 농업기계신고관리시스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12일 경북도농업인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시연하고 있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부터 21일까지 권역별로 농업기계신고관리시스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12일 경북도농업인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시연하고 있는 모습.

7월 5일부터 농업기계 신고제도가 시행됐지만 농업기계신고관리시스템이 아직 가동되지 않는 등 시스템과 제도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12일 경상북도농업인회관에서 실시한 ‘농업기계신고관리시스템 권역별 현장설명회’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농기계업계 관계자들의 질타가 적지 않았다.
 

5일부터 트랙터·콤바인·이앙기 대상 ‘농업기계 신고제’ 시행

농림축산식품부가 12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5일부터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3종의 농업기계를 거래하면 농업기계 제조 수입·판매업자·수출업자·농협은 농업기계 판매현황을 농업기계 신고관리시스템에 신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 농업기계화 촉진법이 시행됐다.

현재 유통되는 농업기계는 자동차와 건설기계 같은 등록제가 없어 농업기계 소유자, 거래내역, 사고·수리내역 등에 대한 이력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농업기계의 체계적인 이력관리를 통해 농업인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농업기계 신고제가 도입됐다.

농업기계 신고는 신품·중고기계 상관없이 판매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판매·재원신고를 해야 한다. 법 시행 전 유통된 농기계 중 2022년 6월 15일 이후 생산돼 제조번호가 차대에 각인된 농업기계도 신고 대상이다. 농기계 폐기도 신고해야 한다. 농업기계 신고는 농림사업정보시스템(uni.agrix.go.kr)에서 가능하며 농정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제 때 신고를 하지 않거나 정보를 제대로 기입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농업기계신고제도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정착을 위해 7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2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과태료를 처분하지 않는다.
 

시스템도 법도 미비농식품부 설명회 참석자들 질문에 “검토해 답변” 되풀이

농식품부가 11일부터 21일까지 ‘농업기계신고관리시스템 권역별 현장설명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12일 열린 설명회에선 농기계업계 관계자들의 질타가 적지 않았다. 다양한 농기계 거래방식 등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과정이 충분치 않은 채 농업기계신고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현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참석자 중 한 명이 “농기계 제조업체와 대리점 간 거래 시에도 신고해야 하냐”고 질문하자, 문태섭 농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장이 “아직 법에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위탁 판매업체 간 이동도 모두 신고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답변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농업기계화촉진법 제9조의3(농업기계신고 등) ①항에는 농업기계의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농업기계의 판매위탁을 받은 자를 포함한다)는 제9조의2제2항에 따라 제조번호를 농업기계의 본체 중 차대에 각인한 농업기계를 판매한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업인이 위탁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 판매자(위탁업체)가 신고해야 하지만 농기계를 생산 또는 수입하는 업체와 위탁업체(대리점) 간 거래 시에도 시스템에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 문태섭 과장은 “중요한 것은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가 위탁업체에 판매하고 이를 위탁업체가 농업인에게 팔고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전부 중요한지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실수요자에게만 가는 것을 신고하도록 검토하겠다. 검토 후에 명확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농민들 간에 이미 농기계를 거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이 매입하고 판매한 것처럼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문태섭 과장은 “검토해서 답변하겠다”고 대답했다.

여기에 제도가 시행된 지 약 10일(7월 14일 기준)이 흘렀지만 아직 농업기계신고시스템은 미완성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A씨가 “어느 사이트에서 농기계 신고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김창관 농정원 차장은 “5일부터 법이 시행됐지만 현재 시행규칙 개정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회원가입만 가능하고 21일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리점 영업 전략 노출되는 매매계약서 첨부도 ‘도마’

농업기계신고시스템에 신고 시 거래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로 매매계약서 등을 첨부해야 하는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업체 또는 대리점들의 영업 전략 등이 매매계약서를 통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 B씨는 “매매계약서는 대리점과 고객 간 거래로, 고객마다 구매조건이 다를 수 있고 공개하기 싫은 항목이 있을 수 있다. 계약조건이 담긴 서류를 굳이 등록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문태섭 과장은 “업체가 누구에게 농기계를 팔았다는 것만 볼 수 있다면 판매금액 같은 민감한 부분은 가린 후에 업로드하면 된다. 정확한 지침을 만들어서 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농기계신고시스템 시행에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농기계업계에선 이 제도에 참여하는 정책 참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시스템을 만들고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기계업계 관계자는 “농기계는 다양한 판매 경로 갖고 있고 판매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제도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농기계업체와 대리점 등 다양한 수요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신고시스템을 만드는 과정 등에서 이 같은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태섭 과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고시스템은 (14일 기준) 다음 주 후반이나 7월 마지막 주 초반에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제도 마련 과정에서) 농기계업체와 협회 등의 의견을 들었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쳤다. 농기계신고라는 큰 틀을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뒀고 법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려는 제도 시행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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