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친환경 농업계를 취재하다보면 ‘친환경농어업법’을 둘러싼 규정의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하소연을 이따금 듣는다.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시행령·시행규칙이 운영되고 있고 이에 대한 해석 차이도 많아 농가와 관리·감독하는 담당자들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과태료 처분을 받을 뻔한 정씨 부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친환경 필지에 허가 받지 않고 내년 채종과 자가소비용 농산물을 재배해 단속에 걸렸다. 판매용이 아니더라도 허가를 구해야 했지만,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단 게 이유가 됐다. 하지만 친환경 농업의 경우 유기종자 보급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채종과 토양의 물리력 향상을 위해 판매 목적 외의 농산물을 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경우엔 단속하지 않는 것이 상례라고 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내부기관인 전북지사 장수사무소의 이번 적발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데는 이런 사정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농관원 전북지사 장수사무소 공무원의 행동이 잘못됐다고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인증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고 인증 받은 내용을 변경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규정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이 달랐기에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농관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이런 것까지 적발하는 게 적합한지 의견이 분분했다”며 “현재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고 해당 공무원이 제출한 단속일자와 의견진술일자가 다른 등의 이유로 과태료 처분은 진행하지 않기로 정했다”고 했다. 농관원 관계자의 이 같은 답변은 규정이 해석상 모호함을 갖고 있다는 속사정을 보여준다. 

최근 정치권에 이어 정부에서도 친환경농어업법의 시행규칙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을 미국과 같이 일반농산물의 1/20 수준까지는 허용하는 방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6월 3일 유기농데이에서 김인중 차관도 “선진국 수준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참에 친환경 단체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현장과 동떨어진 모호한 규정들도 바꿨으면 한다. 이를 통해 현장의 상황에 걸맞는 규정이 마련돼 농민과 이를 감독하는 공무원간에 얼굴을 붉히지 않길 기대한다. 그래야 ‘농관원은 친환경 농가를 단속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냐’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최영진 농산팀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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