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얼마 전 통계청이 올해 국산 밀 재배면적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전략작물직불금과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 등의 시행으로 2023년 국산 밀 재배면적이 2022년보다 40%나 증가했다며 스스로 치적을 홍보했다. 그러나 국산 밀 업계에서는 농식품부의 셀프 칭찬을 보며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주장대로 재배면적이 2022년에 비해 40%가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를 숨겼다. 농식품부는 지속가능한 국산 밀 산업 기반 구축과 자급률 제고를 위해 지난 2020년 ‘제1차(2021~2025)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기준 1.0%의 밀 식량자급률을 2025년까지 5.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5대 분야 14개 과제를 제시했다. 자급률 5% 달성을 위한 계획에는 재배면적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담겼다. 농식품부가 설정한 2023년 국산 밀 재배면적 목표는 2만ha다. 이는 올해 국산 밀 재배면적인 1만1600ha의 약 2배가 되는 수치다. 한 마디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국산 밀 업계는 또 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국산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재배 면적만 높이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소비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없이 생산만 늘리면 매년 공급 과잉을 걱정을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급률 목표 달성은 신기루일 뿐이라는 게 국산 밀 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국산 밀 업계는 농식품부에 구체적인 소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소비 대책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밀가루(수입 포함) 중 95%가 대기업이 라면이나 제빵 등으로 소비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 국산 밀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가격’이다. 국산 밀가루와 수입산 밀가루의 가격이 동등하거나 국산 밀가루 가격이 더 저렴해야 식품 대기업에서 국산 밀 소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국산 밀에 대한 가격 보조를 반드시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미흡한 부분을 숨기거나 잘한 부분만 확대해 홍보하는 시대는 끝났다. 농식품부가 국산 밀 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허울뿐인 수치 홍보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국산 밀 소비 대책을 마련해 자급률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