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시설하우스 농가들이 외국산 PO필름
비닐온실용 폴리올레핀(PO) 필름. 빛이 잘들고 이슬맺힘 현상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O필름
불량으로 피해를 보고 있지만 보상받을 길은 막막해 관련 제도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판매 업체가 외국산 PO필름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대응하면 농가로선 피해원인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보상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산 PO필름에도 품질관리기준을 도입하는 등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남에서 시설하우스로 딸기묘를 재배하고 있는 박 대표는 최근 외국산 PO필름을 판매하는 업체와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비닐하우스에 사용되는 외국산 PO필름이 보증기한보다 빠르게 훼손됐고 이를 두고 업체와 책임소재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면서다.
 

‘7년 보증’ 필름 4년 만에 훼손됐지만 업체는 회피소비자원 고발, 1심 재판 앞둬

박 대표는 3300만원을 들여 제품을 구매할 당시만 해도 7년간의 보증기간을 담보 받았지만, 4년 1개월 만에 필름이 훼손되자 업체에선 책임소재를 자신에게 모두 떠넘겼다고 토로했다. 외국산 PO필름을 판매한 업체에서 유황 사용을 비롯한 ‘열소독’과 ‘고온관리’, ‘염분관리’ 등을 농가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외국산 PO필름 판매 업체에 문제를 제기하자 새상품을 10% 할인한 가격에 주겠다는 식으로 오히려 장사를 하러 왔다”며 “화학 염소는 사용해본 적도 없는데, 이러다 문제가 해결될 수 없겠다 싶어 한국소비자원에 고발했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아 현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함안·진주·밀양 등서도 외국산 PO필름 피해 민원 접수일부만 보상 받아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박 대표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남 함안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외국산 PO필름을 구매해 2400평정도 되는 부지의 시설하우스 비닐로 사용했는데 1년 만에 훼손됐다”며 “업체에 문제를 제기하자 ‘유황’ 탓을 하며 보상을 안 해주려고 했지만 우리 작목반에서 피해를 본 게 한두 농가가 아니라서 일부분 보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진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사는 “민원 접수가 이뤄져 현황파악을 해 보니 이와 유사한 사례가 진주와 함안, 밀양 등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외국산 PO필름은 이른바 ‘오퍼상’을 통해 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전국에 대리점이 있는 국내 업체보다 문제 해결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이력추적제 도입으로 현장 애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사는 “현재 PO필름에는 일련번호가 없어서 생산이력추적이 불가능하다”며 “제품에 번호를 부여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문제 있는 제품들을 모아 제조연월, 공장 등을 확인해 농가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산 PO필름도 국내 PO필름처럼 ‘단체표준’ 품질 검증 받아야

필름업계에서는 외국산 필름에도 국내 PO필름처럼 단체표준
특정 전문분야에 적용되는 기술, 시험방법에 대해 전문기관 또는 단체가 제정한 표준. 제품성능과 기술향상을 도모하고 공공의 안전성 확보 및 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위해 마련됐다.
‘단체표준’
을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필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매년 봄과 가을에 한국프라스틱시험원을 통해 공장심사를 받아 단체표준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외국산 PO필름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서 “최근 업계에서 농업용 필름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단체표준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외국산 PO필름도 국내 업체처럼 단체표준을 받도록 하는 등 소비자 품질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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