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창녕마늘 초매식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고성진 기자] 

1일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에서 진행된 2023년산 건마늘 초매식. (사진 왼쪽부터) 김재한 창녕군의회 의장, 성낙인 창녕군수,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 조해진 국회의원, 이경재 경남도의원이 함께 상의하며 창녕마늘 초매식 첫 경매 버튼을 누르고 있다.
1일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에서 진행된 2023년산 건마늘 초매식. (사진 왼쪽부터) 김재한 창녕군의회 의장, 성낙인 창녕군수,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 조해진 국회의원, 이경재 경남도의원이 함께 상의하며 창녕마늘 초매식 첫 경매 버튼을 누르고 있다.

7월 1일, ‘2023년산 건마늘 초매식’이 진행된 경남 창녕의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 곳곳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수확기 폭우피해로 생산량이 평년보다 줄었음에도 마늘 평균 경락가격이 예상과 달리 생산비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품질에 따른 가격 격차도 크게 벌어지면서, 현장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수확기 이례적인 폭우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저품 마늘에 대한 정부 수매를 시행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창녕농협에 따르면 이날 초매식에서는 302농가가 생산한 마늘 20kg 이상 포장 1만5000망(대서종 약 1만4000망, 남도종 약 1000망)의 경매가 이뤄졌다. 이목이 쏠린 마늘 경락가(1kg 평균 기준)는 대서종의 경우 상품 3100원(최고가 3600원), 중품 2409원(최고가 3200원), 하품 2002원(최고가 2580원)에 불과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남도종은 상품 4500원(최고가 5600원), 중품 3509원(최고가 4680원), 하품 2326원(3200원)을 기록했다. 비품(저품)으로 분류되는 ‘벌마늘’은 1186원(최고가 1560원), ‘쪽마늘’은 521원(최고가 1500원)을 받았다.
 

생산량 줄었는데 경락가 작년 절반 수준중하품·비품 비중 커 “생산비도 못건져”

마늘 생산 농가들이 이날 초매식 현장을 찾아 올해산 건마늘의 첫 경매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마늘 생산 농가들이 이날 초매식 현장을 찾아 올해산 건마늘의 첫 경매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 공판장엔 90% 이상 대서종 마늘을 취급하는데, 지난해 평균 경락가가 상품 기준 5573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에 가깝게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올해 폭우피해 등으로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지만 평년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격 상승을 전망했지만, 이를 무색케 하는 가격에 초매식 현장 곳곳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중하품 및 비품(벌마늘·쪽마늘) 마늘이 급증함에 따라 이 수준의 경매가로는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얘기들이 이어졌다.

초매식을 지켜본 김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마늘 농사를 짓는 동안 지난해와 올해가 생산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한 해로 기억된다. 하지만 생산량은 폭우 피해를 입어 크게 감소했다”면서 “생산비 수준은 최소 ㎏당 3500원 이상 돼야 하고, 그 이상 가격이 나와줘야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데 이렇게 저조한 가격이 나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도 “올해는 수확기 잦은 비와 심각한 인력난으로 수확이 지연돼 뿌리가 빠지고 쪽이 벌어져 품위가 저하된 마늘이 급증했고, 깐마늘가격도 전년 대비 70%선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치솟은 인건비와 폭등한 농자재 가격에 더해 힘겨운 시련을 맞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지 매기 흐름도 얼어붙어정부 차원 특단대책 마련 촉구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의 ‘2023년산 건마늘 초매식’ 참석자들이 성이경 조합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올해 건마늘 시세를 알리는 첫날이라 관심이 집중됐지만, 가격 흐름은 기대와 달리 부진했다. 지난해 저율관세할당(TRQ) 여파 등으로 매기가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생산비를 건지기 힘든 경매가라는 탄식이 잇따랐다.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의 ‘2023년산 건마늘 초매식’ 참석자들이 성이경 조합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올해 건마늘 시세를 알리는 첫날이라 관심이 집중됐지만, 가격 흐름은 기대와 달리 부진했다. 지난해 저율관세할당(TRQ) 여파 등으로 매기가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생산비를 건지기 힘든 경매가라는 탄식이 잇따랐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지의 매기 흐름은 차갑게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저율관세할당(TRQ) 마늘 수입 여파로 중도매인들이 가격 예측에 실패해 큰 손실을 떠안았고, 정부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수확기 폭우피해 등으로 마늘 품질에 대한 편차와 위험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상품 가격조차 저조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녕농협공판장 관계자는 “지난해 TRQ 수입 등으로 인해 중도매인을 비롯해 전반적인 매기가 크게 위축된 분위기”라며 “7월 하순까지 경매가 진행될 예정으로, 향후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성낙인 창녕군수는 “올해 창녕군에는 마늘재배면적이 작년보다 4% 더 늘긴 했지만, 수확기 세 차례 폭우로 예상을 뛰어넘는 재해 수준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마늘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비품인 벌마늘·쪽마늘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김재한 창녕군의회 의장도 “마늘 가격 안정을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최근 채택해 보냈다”면서 “정부 수매비축 물량 확대와 시장격리, TRQ 운용 시기를 김장철로 조정,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 개정 시 생산비를 반영한 위기단계별 기준가격 설정 등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조해진 국회의원(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잔치 분위기가 되어야 할 창녕마늘 초매식인데, 폭우피해로 인한 품질 저하와 가격 하락으로 마음이 무겁다”면서 “창녕지역 마늘 폭우피해 면적이 42ha로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인 50ha에 못 미쳐 어려움이 있지만, 자연재해로 품위가 떨어진 마늘에 대한 해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3일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장이 폭우피해 마늘에 대한 정부수매비축 특단대책과 생산비가 보장되는 마늘수급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3일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장이 폭우피해 마늘에 대한 정부수매비축 특단대책과 생산비가 보장되는 마늘수급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도 3일 창녕농협공판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타깝게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1kg당 4000원도 되지 않는 마늘 경매가를 접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폭우피해로 인한 농업재해를 인정하고 저품 마늘에 대해 정부 수매 비축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7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경남=구자룡 기자, 고성진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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