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천일염 수급 우려가 소비지를 중심으로 증폭되면서 수확 시기를 앞둔 고랭지 무·배추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걱정이 나온다. 

올해 봄, 잦은 비로 천일염 주산지의 생산이 부진한 상황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가 더해져 이례적인 천일염 품귀와 가격상승 현상이 6월 내내 지속되고 있다. 6월 하순 천일염 20㎏ 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5만7840원으로, 지난 5월 3만1540원보다 83%가량 급등했다.

이 같은 소비 불안 심리가 시중에 판매 중인 정제염(가공소금) 사재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우려한 정부는 천일염 산지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정제염의 공급상황을 점검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다. 전국 천일염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신안군도 7월 들어 2023년산 햇소금이 본격적으로 출하될 예정이라고 밝혀 이번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한풀 꺾일지 관심이다. 
 

7~8월 고랭지산 출하 앞두고 김치 수요 위축 걱정 커져 

이런 가운데 이례적인 천일염 수급 우려가 농산물 소비 측면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치의 원재료로 들어가는 배추와 무 등의 품목과 관련된 부분으로, 7~8월 고랭지 배추·무 출하를 앞둔 시점인 만큼 불안 심리를 키우는 소비 변수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무를 취급하는 도매법인 관계자는 “천일염 수급 우려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거대 이슈와 맞물려 이례적으로 사회 문제화되는 양상이다. 소금 가격이 높아지면, 식당이나 가정의 김장 수요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면서 “올해 배추와 무 생산 물량은 평년에 비해 많지 않은 상황으로, 김치 가공공장 등의 비축물량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가정이나 식당 소비는 예년만큼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천일염 사태로 인해 배추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치공장 대부분 ‘정제염’ 사용당장은 괜찮지만 장기화 땐 악영향

배추 소비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배추·무 산지 유통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의 이광형 사무총장은 “지난해에는 배추 물량이 많지 않아 김치 가공공장이 물량 확보에 애를 먹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비축물량이 더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공공장에서는 천일염 대신 정제염을 주로 쓰기 때문에 천일염 이슈가 포장김치 소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천일염 문제가 장기화하면, 향후 김장 수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실제 소비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와는 별개로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데 초점을 두는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정덕교 강원도고랭지채소연합회 회장은 “지난해엔 고랭지 무·배추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7월부터 일찌감치 겨울철 김장 대란을 우려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며 “천일염이든 배추든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오히려 농산물 소비가 얼어붙게 돼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생산자들”이라고 말했다. 

강릉에서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생산 농가도 “단순히 가격이 높다는 식으로 보도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출 뿐 급등한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대책은 내놓지 않는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매년 고랭지 배추와 무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소득 보전이 되지 않아 농사를 포기하거나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는 농가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격이나 소비지 반응을 통해 불안을 키우는 것보다 생산 여건이나 유통 분야도 함께 다뤄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