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인터뷰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협중앙회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합구조개선사업은 지난 2000년 농·축·인삼협 중앙회가 통합될 당시 부실조합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되면서 2001년 12월 시행된 ‘농협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조합구조개선사업 으로 2003년 3개 조합이 통합되며 출범한 ‘한국양계농협’이 새로 날개를 편 지 20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계품목전문농협’으로 비상했다. 구조적 합병이란 20년 전의 멍에를 벗고 현재 전국 1100개 농협 중 사업 규모 40위 안에 드는 거대 조합으로 성장했으며, 최근 2년(2021~2022년) 연속으로 농협중앙회로부터 ‘종합업적 평가 우수조합’으로 선정되는 등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이뤘다. 이 한국양계농협을 이끄는 정성진 조합장은 지난 20년의 성장을 넘어 새로운 20년을 밝힐 채비를 하고 있다. 2019년 5대 조합장에 이어 지난 3월 7대 조합장으로 재취임한 정성진 한국양계농협 조합장은 1983년 축협 직원으로 입사한 농협맨이자 경북 영주에서 6만 5000수 규모의 은혜농장을 운영하는 산란계 농가이기도 하다. 6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정 조합장이 그리고 있는 한국양계농협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경제업무 총괄 지휘양계관련조합장협의회장도 맡아 ‘연합사업’ 로드맵 곧 마련

“경제사업 업무만큼은 조합장이 총괄 지휘하며 책임 경영체계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취임사에서도,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에서도 정성진 조합장은 ‘경제사업’을 최우선 순위로 강조했다. “계란을 생산하는 조합원과 농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선 무엇보다 경제사업 업무가 중요하며, 경제사업엔 과감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으로 이를 위해 정 조합장은 취임 후 바로 양계관련조합장협의회장을 맡았다. 

정 조합장은 “우리 조합은 물론 농협중앙회와 지역 양계농협 모두 농협 브랜드 계란을 생산하며 유통 과정에서도 중복되는 면이 많았다. 이에 모두 농협 브랜드니, 연합사업을 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로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양계관련조합장협의회장을 맡았다”며 “내부적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조만간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란유통 전문판매업체이자 우리 조합 자회사인 (주)올바른계란도 판매망 다각화 등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해 나가려 한다”며 “계란 유통은 한국양계농협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양계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심을 잡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용점포 최소 2~3개 더 내고 2차 가공사업 ‘공격적 투자’농가 버팀목 될 것

신용사업 활성화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주춧돌로 삼겠다는 의지다. 정 조합장은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신용점포를 최소한 2~3개는 더 내려고 한다”며 “이는 경제사업 활성화의 토대가 될 수 있고, 이렇게 돼야 만이 좀 더 공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경제사업도 하면서 직원 복지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용사업 활성화로 수익을 더 창출한 후에 2차 가공사업에도 공격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입, 난가 하락이나 잉여 물량 발생에 대비하겠다. 다만 당장은 직접 액란 공장을 운영하기보단 잘하고 있는 업체에 OEM 식으로 위탁 처리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양계농협은 오는 11월 합병 20주년을 맞아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향후 20년도 내다볼 수 있는 비전을 내놓는다. 

정 조합장은 “합병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기 위해 저 나름대로 구상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고 봐 직원들과 조합원들 의견을 모두 수렴해 새 비전을 세워나갈 방침”이라며 “현재 상임이사를 TF 단장으로 해 3차 회의까지 진행했고 두 차례 정도 회의를 더 진행하면 합병 20주년인 올 11월 안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거창한 비전보단 단발성이 안 되도록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상황에 따라 비전선포식 규모 등은 달라지겠지만 멀리 내다보며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가치를 비전에 담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과 관련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내고 있다”는 그는 “축협조직에서 직원으로 36년간 근무하면서 조합을 통해 그동안 꿈꿔왔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지난 100일간 이를 위해 조합원 및 임직원과 소통하며 향후 4년간의 임기, 이를 넘어 20년 이상을 바라보는 토대를 구축하려 했다”고 전했다. 

정 조합장은 농가에 당부하고 싶은 말도 전했다. 그는 “현재 양계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다. 곡물 가격 급등으로 배합사료 가격은 상승해 있고 금리 인상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에다 매년 겨울철 발생하는 고병원성 AI로 농가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계란 소비를 더 늘려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계란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연한 이야기이고 그렇게 하는 농가가 대다수지만 농가들은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더 투명하고 위생적이면서 안전한 계란을 생산, 공급해야 한다. 특히 살충제나 항생제가 검출돼 소비자에게 나쁜 인식을 심어주면 대다수 선의의 농장까지 어려움을 주게 된다”며 “양계인 모두가 공동체란 인식 속에 책임 의식을 갖고 방역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계사를 청결히 관리, 건강한 닭을 길러내며 양질의 계란을 생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정성진 조합장은 “계란 생산 및 질병 관련 법적 규제가 강화되고 생산비가 증가해 양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양계농협이 선도적으로 보다 정교한 정책을 펼치며 조합원과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며 “새로운 20년을 위한 청사진으로 조합원 권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양계 농가들의 버팀목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국내 양계산업을 선도하고 조합을 건실하게 운영하기 위해 인재 육성, 책임경영, 소통경영, 건전경영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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