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10원을 올려도, 100원을 인상해도 우리(낙농가)가 욕을 먹는다. 우유 가격 관련 기사의 상당수 댓글이 그렇다. 어차피 좋은 소리 못 들을 거라면 목장을 운영할 수 있을 수준으로 원유기본가격을 올렸으면 좋겠다.”

6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원유기본가격 협상 소식을 들은 한 낙농가의 절박한 목소리다. 그의 말처럼 우유가격 관련 기사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적지 않다. 청년 낙농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본보 기사(3496호 8면)에도 ‘경쟁력 안 되면 소 키우지 마’ 같은 부정적 댓글이 남겨졌다.

정부가 9일 원유기본가격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힌 이후엔 ‘우유 소비 주는데 가격은 인상...올해도 밀크 인플레이션 오나’, ‘우유 원유값 협상 돌입...밀크플레이션 현실되나’, ‘우윳값 또 오르나’, ‘원유가격 협상 시작. 흰우유 1L 3000원 시대 올까’ 같은 기사들만 줄줄이 쏟아졌다. 낙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려주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충남 아산의 낙농가는 “내가 선택한 직업이지만 신선하고 품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평일·휴일 쉬지 않고 일한다”며 “그런데 우유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면 우리(낙농가)가 타깃이 된다. 낙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려고 하지도, 깊게 접근하지도 않는다”고 호소했다.

사실 낙농가들의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2021년 대비 13.7% 올랐고 마리당 순수익은 37.2% 줄었다. 50마리 미만으로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의 마리당 순수익은 고작 1000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도, 폐업하기도 쉽지 않다. 또 다른 낙농가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파도 목장을 비우기 힘든 상황을 사람들은 모른다. 알바를 하고 싶어도 목장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또 다른 일을 고정적으로 할 수 없다. 학원비·생활비라도 벌어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정부는 원유기본가격 인상에 공감하고 있다. 1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소득 감소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려면 올해 어느 정도의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번 무너진 낙농기반은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일정 수준 이상 식량자급률을 확보하지 않으면 유제품 수출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낙농가들이 목장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유기본가격이 결정돼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 없으면 접어”라는 말이 아닌 낙농가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어려운 현실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다”고 말하는 낙농가들은 우리에게 신선하고 품질 좋은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오늘도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그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젖소를 키울 수 있길 바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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