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구 한농연 회장-한두봉 농경연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이학구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사진 왼쪽)과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지난 6월 13일 서울 한농연회관에서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와 농정 싱크탱크인 농경연의 소통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학구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사진 왼쪽)과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지난 6월 13일 서울 한농연회관에서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와 농정 싱크탱크인 농경연의 소통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농민단체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농정을 수행하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연구 과제는 현장의 의견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농정 현안에 주목해야 하고, 그 역할을 농민단체가 수행하고 있다. 농민단체도 농축산물 생산이나 가격을 분석, 예측해주는 관측정보와 함께 다양한 농정 현안 정보를 얻는 창구로 농경연을 활용한다. 그만큼 농민단체와 농경연의 ‘소통’은 우리나라 농정을 이끌어가는 나침반 역할로서 중요하다. 한국농어민신문에서 ‘이학구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대담’을 진행하게 된 이유다. 지난 6월 13일 서울 한농연회관에서 열린 대담에서 ‘한농연과 농경연의 소통 강화’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학구 회장과 한두봉 원장 첫 면담

-원장으로 임명된 다음 날, 한농연에 처음 방문하셨습니다.

한두봉(이하 한)=농업·농촌 문제의 핵심은 농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지요. 한농연은 우리나라 후계 농업인력을 양성하고, 육성하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4월 13일 제일 처음 방문했고요. 이는 현장의 중요성에 대해 취임 이전부터 생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취임사를 통해서 직원들에게 농업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 중심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최근 수립한 경영목표에서도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현장 중심 연구 기반 내실화’를 추진 전략으로 삼아 현장을 중시하는 살아있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한농연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방문이 어떤 의미였다고 보셨나요?

이학구(이하 이)=한농연을 방문했던 건 그만큼 농경연이 소통을 강화하고, 또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는 깊은 뜻이 있지 않았나 생각돼요. 농업인이 생각하는 현실과 농경연이 바라보는 현실은 약간의 괴리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원장님이 취임하고 나서 농민단체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괴리감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12일)도 농경연에서 농민단체장들과 함께 ‘농촌연구자문단’ 회의를 했습니다. 이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간격을 좁히려고 하는 활동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농정 현실과 대안

-우선 우리나라 농정에 대한 진단을 부탁드립니다.

=윤석열 정부 농정의 가장 큰 틀은 ‘농업직불금 5조원 확대’와 ‘청년농 3만명 육성’, 이렇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직불제 사각지대를 해소한 부분은 다행스러운 부분인데, 목표 시기가 2027년으로, 이를 2025년까지 앞당겼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농의 경우도 올해 3000명이 선발됐지만, 현장에서는 기대가 많으면서도, 배정인원을 늘려달라는 의견이 있어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그리고 예산의 뒷받침이 수반돼 청년농 정책이 성공하면, 고령화되는 농촌이 더 젊어지고, 돌아오는 농촌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의 농정은 국정과제를 정책화하기 위한 골격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봅니다. 지난 1년 양곡관리법 개정 이슈에 묻혀 정책화 속도가 다소 더디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적잖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농업직불제 확대는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전략작물직불제도 도입됐습니다. 탄소중립직불, 친환경직불, 청년농직불, 고령중소농 농지이양은퇴직불 등도 도입될 예정이고요. 제1차 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원을 확대하고, 푸드테크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도 제시됐습니다.

=특히 쌀의 경우도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올 가을에 20만원(80㎏ 기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지속적으로 쌀값이 안정되기 위해선 전략작물직불제가 성공해야만 가능해요. 정부가 시행하는 ‘천원의 아침밥’도 쌀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쌀 문제를 늘 국내에서만 해결하려고 해왔는데, 제가 아는 지역에서 쌀을 올해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그분은 우리 쌀이 경쟁력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국제 원조를 5만톤에서 10만톤으로 두 배 늘린 점 또한 쌀 수급 조절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쌀 문제는 적정 생산과 적정 소비로만 해소하기 힘듭니다. 여러 대안을 만들고 고민할 필요가 있지요.

=천원의 아침밥은 국민적 호응을 얻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경연에 부임하자마자 순천대학교에 정부 지원과 별도로 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젊은 학생들에게 식생활 문화를 알리고, 쌀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쌀 과잉공급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농연에선 인력 육성의 중요성도 강조해왔는데요.

▲이=인력은 우리 농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농업을 살리는 중요한 인력 정책은 청년농 육성인데, 정착단계에 있는 청년농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착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나마 승계농들은 괜찮은데 정부 시책에 따라 교육받고 농촌에 들어온 청년농은 자신감이 낮다고도 합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개인적으로 제시한다면, 한농연 회원을 활용하자는 겁니다. 시·군·읍·면 단위까지 조직돼 있는 한농연의 경험을 배울 수 있도록 멘토·멘티식으로 결합한다면, 청년농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부에서 청년농을 육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청년농이 농촌에 들어가서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정착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90년대 초반에 귀농한 사람도 아직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거죠. 회장님 의견대로, 청년농이 정착할 때까지 한농연 회원들이 청년농의 멘토로 2~3년간 영농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경연에서도 한농연이 35년의 역사에서 후계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육성했는지 그 노하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한농연과 농경연의 ‘소통’

-농경연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농경연은 우리 농업을 선진화시켜 오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국책연구기관으로 인정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두에 말씀드렸던 ‘약간의 괴리’입니다. 일례로, 통상협정을 하면 국내 피해대책에 대한 연구보고서들이 올라와요.  그러나 실제 농업인들이 느끼는 피해와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피해의 수치 차이가 매우 큽니다. 통계도 다를 때가 있습니다. 농경연 만큼은 대한민국 농업인의 입장에서 연구를 해주고, 대책을 제시해 줬으면 해요.

-농경연과의 협력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농연이 연구단계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나온 결과를 두고 토론함으로써 최종 결론을 내고 발표한다면 농업인들은 농경연이 제시한 연구 결과를 더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얘기한 통상협정 연구의 경우도 농업분야는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연구 당시엔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측을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피해가 나타나지 않을 때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서만 피해 대책을 추진하니까 농업인들의 불만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현장 농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땐 차후에라도 연구를 통해 대책을 강구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회장님 의견에 더하면, 지금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 정책은 한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아요. 그러나 농경연은 정부와 달리 농업을 둘러싼 여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예작물에 문제가 생겼으면, 식량작물의 인력을 이쪽으로 투입해 연구하고, 이처럼 새로운 재난에 대비할 생각입니다. 농업인들이 예측하기 힘든 미래를 좀 더 밝히는 농경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경연이 생각하는 한농연과의 협력도 제시해 주세요.

=어제(12일) 농경연에서 ‘농촌연구자문단’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농경연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하고, 연구 진행 상황과 연구과제 발굴 단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했어요. 또,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와 농경연 전문가들이 농정 현안별로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인 협의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농경연의 연구에 농민단체가 제공하는 생생한 현장 의견을 연구에 반영하겠습니다. 농경연의 농정연구가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농연에서 적극 동참해 주고, 잘못할 때는 따끔하게 비판도 해주세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농경연은 현장 밀착형 연구를 위해 전국 시군단위 200명 규모의 농업인들로 구성된 ‘KREI리포터’와 2500명 규모의 ‘현지통신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내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연구과제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 농산물 수급와 수급 정보를 제공하는 ‘농업관측정보’를 생산하는 데 있어, 농업인과 관련 전문가들의 정기적인 농산물 수급정보 자문을 통해 현장의 기상 등 다양한 상황에 근거해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농연을 필두로 여러 농민단체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 서로에게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한농연과 농경연간 협력의 시작은 우선 대화이며, 상호신뢰라고 생각해요. 제가 원장으로 있는 동안 한농연과 농민단체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들어와서 농업이 더 이상 진부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미래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파트너로 협력을 확대해 가겠습니다. 오늘 후계인력 양성과 함께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과제도 안고 갑니다.

=농경연은 전체적인 농정 연구를 통해서 농가 소득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현장에 있는 농민단체와 농경연간 협업의 시너지는 상당히 클 겁니다. 더욱이 종합단체인 한농연에는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회원들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대안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 취임하셔서 농경연이 농업인의 눈높이에서 연구하고 이를 통해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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